60대 레즈비언의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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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30일
오전 6시 40분,
부산 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누군가가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함.
화단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진 채 발견된 시신은 같은 아파트 옆 동에 살았었던 김씨(62세).
하의 주머니에서는 시신을 기증해달라는 유서가 발견 됨.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조사에 착수했고, 김씨의 투신 원인을 알게 됨.
김씨는 여상을 졸업한 이후 동창 허씨(62세) 와 허씨 명의의 아파트에서 40년 간 함께 살아옴.
하지만 비극적이게도 사건이 일어나기 2개월 전, 허씨에게 암 말기 판정이 내려지고, 말기암 투병을 하며 직계 가족 외 면회가 불가능해지자 김씨와도 접촉이 어려워짐.
그러자 뜬금없이 생전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내던
허씨의 조카가 등장해 자신이 허씨의 법적 대리인이니 재산에 대해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며 허씨 명의의 집에서 살아온 김씨를 주거침입죄로 신고하고,
김씨가 자신의 짐과 재산을 챙겨서 나가려 하자 그것 역시 허씨의 것이라 주장하며 절도죄로 신고하고, 허씨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음.
결국 두 달 뒤, 모든 걸 빼앗긴 김씨는 신세를 비관하여 투신 자살함.
주변인들의 증언, 정황으로
두 사람이 사실혼 관계였음이 밝혀짐.
이 사실을 바탕으로 사건을 재구성한다면,
고등학교 동창인 허씨와 김씨는 졸업 직 후부터
고정적인 직장을 둔 허씨의 명의로 재산을 축적하며(김씨는 전업주부) 40년간 결혼 생활을 하였는데,
정작 허씨가 투병 생활을 하게 되자 40년간 결혼생활과 고된 간병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 아무 관계가 아니었던 김씨는 허씨의 대리인이 되지 못했고, 연락이 끊겼던 허씨의 조카가 법적 대리인이 된 것.
허씨에게 죽음이 다가오자 김씨는 유산 이야기를 꺼내며 둘이서 40여 년간 모아온 재산이니까, 당연히 허씨 명의로 되어있는 재산이나 보험금 수령인 등이 본인으로 되어야 한다 주장함.
하지만 김씨의 주장은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었음. 동성 간 사실혼 관계가 인정된 판례는 어디에도 없으니까.
생면부지에 가까운 허씨의 조카는 자신이 법적 대리인이자 상속인이 되는 게 정당한 일이라며 김씨와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었고,
김씨는 같이 모아왔던 재산이라도 되찾기 위해 집에서 유가증권과 귀중품, 사소하게는 일상생활에서 쓰던 생필품 등을 챙겨나왔는데
허씨의 조카는 자신의 집에서 자신의 것을 되찾으려 한 김씨를
주거침입죄와 절도죄로 신고함. 허씨 명의의 집에 김씨가 잠입해 허씨 명의의 재산들을 훔쳤다는 이유로.
그 후 조카는 집의 열쇠를 바꿔달아 김씨가 접근할 수 없게 만들고, 간병은 커녕 문병도 오지 못하게 막았음.
그렇게 두 달 뒤.
김씨는 자신과 아내가 살았던 아파트 단지의 옆 동 20층 창문에 서서,
입고 있던 점퍼와 운동화를 벗어둔 채 창 밖으로 투신했음.
하의 주머니에 (아내에게) 자신의 장기를 기증해달라는 유서을 접어 넣은 채.
평생을 함께했던 아내와 따뜻한 집을 잃은 김씨가 할 수 있었던 건 아무것도 없었을 것임. 더 이상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었을 테고,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내에게 자신의 장기를 기증해달라라는 유서를 남기는 것 뿐이지 않았을까.
하지만,
허씨에게 접근할 수 없게된 김씨는 몰랐겠지만, 허씨는 그 달 초 이미 치료 중 사망한 상태였음. 재산 역시 모두 허씨의 조카가 차지한 후였고.
두 사람은 법적인 부부로 인정받을 수 없었고, 국민의 의무를 다하며 살아왔던 한 사람임에도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었음.
40여 년 간 서로 같이 살며 사랑해왔던 그들이 도대체 무엇이 부족했길래 부부로 인정받을 수 없었고, 이런 비극적인 결말을 맞아야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