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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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꼬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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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일곱, 사월인가…오월인가… 부산에 왔다.
믿는구석도 취직도 못하고 무작정 왔다
아니 믿는 구석은 지금 신랑이 있었지

춘천에서 와서 부산은 참 따뜻했겠지만
나는 돈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때 날씨가 사실 따뜻했었는지 잘 모르겠다

그릇도 없어서 커피믹스 사면 주는 사은품으로 
접시며 밥그릇 반찬통 같은 것들을 장만했다
서러웠냐 물어보면 감지덕지였다 하겠다
그 그릇이며 반찬통들을 아껴아껴 십년을 썻으니 감사해야지

그렇게 처음 이사를와 청소를 하고 간신히 이불을 펴고 누웠다
집엔 세탁기도 냉장고도 티브이도 없었다
물론 몇일뒤 중고시장에서 쌈짓돈으로 구비하긴 했지만
난생처음으로 그런 집에 누웠다

모든게 낮이 선데 있어야 할것도 없으니 뭔가 붕 떠버린 느낌이다
가만히 누워 생각한다
일단 한달… 아니 아끼고 아껴 한달 보름정도 먹고 살수 있겠지
보름안에 직장을 구하자… 내일 살것을 적자… 그래 

아침에 일어나 불현듯 
‘야…집에 김치가 없어. 어떻게 김치 없는 집이 있어?’
생각했다

그렇게 슬리퍼를 신고 부랴부랴 집앞 시장에 갔다

‘세상에 나는 소금도 고춧가루도 없구나’
아마 이때 좀 슬펏을까 바빳을까
지금 생각하면 스물일곱이 가엽다.

채소가게 앞에서 맑간 서울말로 배추 한단 주세요 하니
쪼그려 앉은 할머니께서 덮석 부끄러운 발가락 위에 손을 얹으셨다
“아이고 아가씨 춥다 발가락이 찹네 감기걸린다”

십여년이 지난 일이지만 감촉이 말투가 선명하다.
낮선 곳에서 낮선 할머니가 맨 발가락을 손으로 덮어주셨다
처음엔 깜짝 놀랐지만 금세 발가락이 따뜻해졌었다

아마 그때 부산이 따뜻해졌던거 같다
뭔가 따뜻한 물에 설탕이 녹듯이 그렇게 낮선곳이 풀어져 갔던거 같다

그렇게 배추,무,멸치액젓,소금,설탕 또 적당히 큰 다라이와 김치통을 사서 집에왔다

배추와 무는 소금에 절여 두어시간 뒀다가  사온 양념에 버무려 김치통 안에 넣으니 

비로소 이제 우리집이구나 그렇구나 하며 납득했다

지금도 찬장 한구석에 그때 썻던 그릇이 몇개 남아있다
고마운 또 애뜻한 물건들이다

여튼 나는 다시 20대로 못갈꺼같다
날짜를 세어가며 치킨을 먹을수 있는날을 빠듯하게 생각하기 싫다
참 그렇고 그런 그래도 조금은 대견한 그런 20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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