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3월 15일 면허를 발급받고 만 21년을 무사고로 운행했는데 그 기록이 이번주 월요일에 깨졌습니다 ㅜㅜ

사고는 월요일 아침 출근길에 상습정체구간에서 발생했고 뒷차의 부주의로 정차해있던 제 차를 들이 받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정확히 몇 km로 박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상습정체구간이라 아마 브레이크만 안밟은 상태에서 제 차를 받은거 같아요.

그간 가족과 지인들의 사고는 많이 목격했지만 생애 첫(?) 교통사고다 보니 당황스럽더라구요.

그렇게 충격을 받고 1분 정도를 멍하니 앉아있었습니다. 보통 이렇게 사고가 나면 뒷차가 먼저 와서 사과를 하지 않나요?

저는 이게 기본적인 상식과 예의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었나봅니다.

1분간 아무런 미동도 없어서 제가 먼저 내려서 뒷차를 바라보니 가해자는 정말 아무일 없다는듯 태연하게 전화를 받고

있었어요. 그러더니 차에서 내린  저를 보고 반갑게(?) 손인사를 하더라구요.

약 5초간의 정다운 손인사를 건네고 차에서 내리더니 "미안하다, 어디 다친덴 없냐?"를 물어보길 기대했지만 제가 받은 첫인사는 

가해자: 나 XXX 회사 대푠데 급하게 전화받다가 이렇게 됐습니다. 보험처리 하시죠.

나: ??? (아침부터 뭐를 잘못잡솼나?)

가해자: (차량 상태를 건성건성 쳐다본다.) 조금 찌그러진거 같은데 30만원으로 합의 하시죠? (호구테스트 1) 

나: ??? (맞는 소리 하고 앉았네...개처맞는소리), 일단 여기 막히는 구간이고 월요일부터 다른사람들한테 피해주기 싫으니

옆으로 차 빼고 얘기하시죠.

가해자: ㅇㅇ ㄱㄱ

나: 현금으로 받는건 좀 아닌거 같으니 보험처리로 진행할게요.

가해자: 에이, 보니까 별로 많이 상한거 같지도 않은데 보험처리는 좀;; 그럼 50만원으로 합의 하시죠? (호구테스트 2)

나: 이런 사고가 처음이라 알아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일단 연락처 하나 주시구요, 사고현장 사진 촬영하시죠.

가해자: ㅇㅋㅇㅋ

이런 대화가 오고가는중에 순간 몇번씩 튀어나오려는 욕을 되삼키느라 힘들었습니다.

쨋든 사고 당일은 이렇게 마무리했습니다. 현장을 빠져나와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보험사에 연락해서 자초지종 설명하니 

가해자측에 보험접수 요구하고 현금으로 합의보려고 하면 일단 자차로 수리하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다행이도 오늘 리콜관련 정비가 한달전부터 예약이 된 상태라 어드바이저와 상의하고 결정하는게 맞다고 판단되어

오전에 가해자에게 보험사에 사고 접수하고 바로 연락달라고 했더니 또 다시 상상 이상의 답변을 받았습니다.

가해자: 제가 오늘 오전에 결제건이 많아서 이것만 처리하고 접수할께요.

나: 하.......(금이빨빼고 모조리 씹어먹어줄께!!!!!!!)

11시전까지 접수번호를 주겠다던 가해자느님은 무려 1시 반이나 되서야 이제 접수됐다고 친히 문자로 알려주셨습니다.

너무 황송해서 눈물이 다 나오더라구요.

해당 통화를 옆에서 목격하던 어드바이저님도 황당해하시며 이런 경우는 또 간만이라며 호쾌한 웃음을 지어주셨습니다.

그래서 해당부분 전면 교체로 진행시키고 렌트받아서 귀가했습니다. 

그리고 이왕 이렇게 된거 대인까지 청구해서 병원도 예약하고 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사고는 언제 어떻게든 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아무도 모르고 예측하기도 힘들구요.

하지만 사고가 발생했을때 가해자와 피해자의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기에도 피해 정도가 경미해서 처음부터 상식적으로 행동했으면 저도 그려려니 하고 넘어갔을거 같아요.

하지만 저런식으로 제 순정을 짓밟으면 그땐 저도 깡패가 되야겠죠?

아침 7시에 간단히 식사하고 오후 5시가 되서야 배가고파 동네 막국수집에서 시원한 물막국수 한사발 하고 집에왔습니다.

가해자의 겉보기등급은 대략 50대 중반에서 후반으로 보이는데 인생은 실전이라는 걸 아직 모르는거 같아 안타깝더라구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사람이 바뀌진 않겠지만 그래도 피해자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취를 취해볼 생각입니다.

21년간 무사고로 운행하면서 나름 상황판단도 좋고 방어운전도 잘 했다 싶었는데 뒤에서 들이 받으면 답이 없더라구요....

여러분들도 모두 안전운전 하시고 새로운 소식이 업데이트 되면 그때 또 안부 올리겠습니다!

두서 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