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한 인간이 이렇게 많다는데 놀랐다 (싸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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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 PC를 쓰니까 최적화 이슈에서 큰 고통은 받지 않았지만 조니 등장씬에서 암전되는 버그는 정말 놀랍더라.
연출인줄 알고 검은 화면 그대로 30분동안 플레이했을때는 딥빡을 못참고 그냥 껐을 정도. ㅜㅜ
당연한 얘기지만 게임이 마음에 안들 수 있다.
소비자로서 제대로 된 물건을 요구할 권리는 당연하다.
실제로 레딧에서 핫포스트 오른걸 보면 대부분
ps4, xbox one 베이직 콘솔의 심각한 최적화 문제와 버그, 실망스러운 경찰 ai, 기대했던 이미지와는 달랐던 오픈월드 구성을 gta와 비교하며 비판하는 성토들이다.
근데 한국 커뮤니티는.. 뭔가 좀 다르더라.
비판의 방향이 이 게임의 이러이러한점이 마음에 안들었다가 아니라
그냥 재미있게 하는 사람들을 공격하는걸로 향했고 그게 놀랍도록 빠르게 전환되어 보편화되더라.
이 둘 사이의 가장큰 차이점이 있다면
한국 커뮤니티 유저들은 소비자로서 내 권리를 토로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게 아니라 내 불행을 공유하는데 집중하는데 있는 것 같다.
쉽게 말해 '나만 불행해서는 안돼'라는 정서.
이건 어차피 게임인데.
전원 내리면 사라지는 가상세계고 DL 구매자들은 2시간 이내의 환불이 규정되어있다.
심지어 GOG는 시간 제한 없이 30일내 환불 가능이다.
사람은 진짜 고통스러우면 존재 자체를 무시해버린다.
진짜 실망한 사람들은 환불 신청하고 대부분 리뷰도 없이 그냥 일상생활로 사라져버린다.
관심이 한순간 식어버리고 순식간에 잊어버리는거다.
삶에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 한정된 에너지를 무언가를 증오하는데 써봤자 자기만 불행해진다는걸 아니까.
그렇다면 왜 이 사람들은 하지도 않을 컨탠츠를 새벽 내내 인터넷 방송을 보며 망했다고 중개하고
대가리 깨진걸 봉합해주겠다고 도배하다시피 글을 올리는걸까?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그냥 삶의 방식이 다른 것 같다.
누군가는 삶이 너무 불행한 나머지 불행을 벗어날 생각을 포기하고 불행을 공유하며 위로받길 선택한게 아닐까?
비단 이 게임 뿐만이 아니라 저가에 즐길 수 있는 요즘의 모든 간접 컨탠츠를 보면 느낄 수 있는거지만 (특히 tv 예능)
시니컬한 수준의 반응을 넘어 분노를 곱씹어 또 다른 분노의 장작삼는 절규는
자기 삶이 보잘것 없음을 인정하는 하나의 상징같아 보면 볼수록 안타까운 기분이 든다.
정말 불쌍한건 6만원의 투자실패가 아니라 6만원에도 이렇게 길길이 날뛰어야만하는 삶의 방식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