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 신한은행 부부장 - 파월 IMF 연설에 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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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진짜 한 주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월화요일에는 대전, 대구, 부산 출장을 다녀왔구요… 어제는 광주 출장을 다녀왔네요. 간만에 지방 출장을 가서 반가운 분들도 뵙고 하니 좋기는 한데요… 확실히 피곤하네요.. 어제 밤에 집에 돌아와서 마켓을 보려는데 잠이 쏟아져서.. 환절기라서 특히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오늘 비도 많이 온다고 하니 우산 꼭 챙기시구요,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뉴욕 증시가 연일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네요. 테슬라의 걸출한 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나스닥이 2%가까이 하락했습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이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고 언론 보도에는 나오는데요… 시장이 이미 상당 부분 반영했기에 주가가 올랐다는 해석이 얼마 전까지 있었던 만큼 맞는 얘기인지에 대해서는 살짝 의구심이 갑니다. 다만 파월 의장 코멘트 중에 중요한 점들은 좀 짚어보고 가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우선 0.5%인상에 대해서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질 것이라는 얘기를 했죠. 그리고 0.5%인상을 수차례 하는 것에 대해서는 시장이 반응하고 있는 것이 어느 정도 맞는 것 같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시장이 잘 파악하고 있다는 의미인데요… 지금 채권 시장에서 미국 장단기 국채 금리가 크게 뛰어올랐죠. 그리고 제가 지속적으로 전달해드리는 연준 금리 인상 확률을 보면 꽤 높은 확률로 여러 차례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파월 의장이 크게 틀리지 않는 것 같다… 라는 코멘트를 던진 거라고 보면 됩니다. 물론 이 뒤에 안전 장치를 마련하는 작업 역시 잊지 않았죠.. 특정 레벨의 금리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코멘트가 바로 그겁니다. 몇 %로 인상하는 것이 좋다는 의미가 아니라.. 시장 상황 보면서 시장 참여자들도 받아들일 수 있는 쪽으로 유연하게 나아가겠다.. 라는 얘기 정도로 봐주시면 됩니다. 그러면서 은근 슬쩍 수 차례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죠.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파월 의장이 금일 새벽 다른 자리에서 볼커 의장에 대한 코멘트를 한 게 있었는데요… 연합인포맥스 기사를 그대로 인용해 봅니다.“
한편, 이날 파월 의장은 오전 열린 볼커 그룹과 펜 인스티튜트 주관 행사에서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해 경기침체를 초래한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을 언급하며, 볼커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그 과정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파월은 볼커 전 의장이 "인플레이션 기대가 그것을 지속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이해했다"라며 "그는 따라서 두 가지 전선에서 싸워야 했다. 하나는 '인플레이션 용(inflationary dragon)'을 죽이는 것이었으며, 다른 하나는 높은 인플레가 불행이며, 현실에서 불변한다는 대중의 믿음을 해체하는 것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볼커 재임 시절 연준의 기준금리는 거의 20%에 육박한 수준까지 올랐다.”(연합인포맥스, 22. 4. 22)
첫번째 문단은 그냥 읽어보시면 되구요, 두번째 문단에 백미가 나옵니다. 볼커 의장은 두 개의 전선에서 싸움을 했다고 나오죠. 하나는 인플레이션 용… 그 자체를 죽이는 것이었구요.. 다른 하나는 높은 인플레가 불행이며… 이게 변하지 않는다… 즉 쉽게 사라지지 않고 이런 인플레이션 불행이 나를 계속해서 괴롭힐 것이라는 심리입니다. 네.. 인플레가 고착화될 것이라는 심리죠… 이 두가지를 볼커는 명확하게 알고 있었고.. 이 두가지와 싸운 것이죠. 어쩌면 인플레이션이라는 증상 자체보다도.. 인플레가 계속해서 나타날 것 같다는 심리.. 그 악령을 내쫓는 것이 훨씬 힘겨웠을 겁니다. 이를 없애기 위해서 당시 폴 볼커는 인플레의 씨를 말려버리는 정책을 쓰게 되죠. 네.. 시장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강한 긴축을 통해서… 설마 진짜 쏠까.. 라는 시장의 기대를 깨뜨리면서… 경기를 박살내면서까지 강한 긴축을 단행해서 인플레이션의 씨를 말려버렸죠. 네.. 인플레이션 드래곤도 죽였구요… 그 드래곤이 영원히 우리를 괴롭힐 것이라는 인플레이션 기대 역시 내쫓아버렸습니다. 파월 의장이 이런 코멘트를 한 가장 큰 이유는.. 이제 연준도 이 두가지와 싸워야 한다는 것일 겁니다.
많은 분들이 이런 질문을 주십니다. 공급 측면에서 인플레가 찾아온 것인데.. 금리 인상한다고 해결되겠느냐고… 이건 모든 사람들이 아는 상식인데.. 연준이 금리 인상 많이 못한다.. 공급 문제 해결되니까.. 연준 금리 인상도 사실 지금이 뻥카고… 금방 끝나는 것 아니냐.. 라는 질문이죠. 일단… 상당 부분 공감하구요…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0여년 이상을 시장이 조금만 흔들리면 연준이 긴축을 멈추고 되려 돈을 풀어주고 했으니까요.. 그래서 채권 시장에서는 밀리면 사자(Buy the Dip)의 심리가 주식 시장보다 훨씬 강했습니다. 주식 시장보다 훨씬 먼저 강하게 찾아왔기에… 지금 연준의 긴축에 대한 배신감도 훨씬 강하게 느끼고 있죠. 여전히 조금은 불씨가 남아있지만… 지난 해 이맘 때.. 혹은 6개월 전과만 비교해도 채권 참여자들의 Buy the Dip 심리가 상당히 위축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죠. 주식 시장은 여전히 강하지만요…
파월의 코멘트는 결국 이겁니다. 지금 연준은 두가지와 싸운다구요… 인플레와도 싸우고.. 인플레 기대 심리와도 싸운다는 것이죠. 공급의 문제로 인해 인플레가 높아진 것도 사실이고.. 여기에 연준의 긴축이 어느 정도 효과를 줄지 의구심이 생긴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런데요.. 너무 높은 인플레가 상당 기간 이어지게 되면 기대 인플레가 생겨납니다. 그 악령이 우리 마음 속에서 자라버리면요.. 미래에 계속해서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두려움에… 미래의 소비를 현재로 땡겨서 해버리게 되죠. 나는 집이 없는데 집값이 오를 것 같다.. 라는 두려움이 생기면 영끌을 해서 집을 사게 되겠죠. 대출을 받는다는 것은 미래의 소득을 주택담보대출이라는 금융 도구를 이용해서 끌어당긴 다음 지금 쏟아내겠다는 의미입니다. 그럼 미래 수요가 현재로 땡겨져와서 터지는 것이니.. 지금의 소비가 훨씬 더 강해지는 거겠죠. 그럼 지금 물가가 더 뛰어오르는 일이 벌어집니다. 네.. 집값이 오르는 지금의 이 증상도 두렵지만… 나는 집이 없는데 집값이 오를 것 같다라는 두려움.. 이 심리를 억제하는 것도 중요하죠…
집 값의 사례를 들어드렸지만… 이게 결국 인플레이션 얘기입니다. 인플레 기대 심리를 잡으려면.. 결국 연준이 인플레 하나는 확실히 잡는다는 믿음이 생겨야 할 겁니다. 그 믿음이 생기면.. 그래.. 영원히 이어지지는 않을 거야.. 라는 확신이 생기면… 사람들은 그런 불안감을 접게 되겠죠. 두가지 전선에서 싸운다는 말이 참 와닿네요…
애니웨이.. 파월의 이런 발언과… 테슬라의 호실적 발표로 2.9%가까이 오른 미국 10년 금리에도 불구하고 주식 시장이 다시금 뜨겁게 달아오르자… 연준이 한걸음 더 빠르게 다가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생기게 되죠. 그런 거 아시나요? 어렸을 때… 선넘는 짓을 하면 꼭 눈치를 보게 되는 것… 괜히 어린 나이에 맥주 마시러 들어갔다가 괜히 쭈삣거리던 기억들… 네… 이런 상황에서 주가가 강하게 오르면… 주식 시장도 너무 쎄게 왔나.. 싶어서 연준 금리 인상 확률을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일진일퇴가 나타나곤 하네요…
금리 인상 확률만 하나 짚어드리고 줄일까 합니다. 5월은 0.5%인상 확률이 거의 100%에 다가왔구요.. 올해 연말(12월) 금리 인상 확률을 보면요… 와… 큰 변화가 있었네요. 2.75%~3.0%로 인상할 확률이 82%에 달합니다. 전일 53%였던 것에 비하면… 금리 인상 확률이 어마무시하게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3.00~3.25%로 인상될 확률 역시 42.7%로 높아졌네요. 전일 12%수준이었던 것에 비하면… 거의 0.25%더 인상할 것 같다는 시장 기대가 제대로 형성된 듯 합니다.
하나만 더 보면… 6월을 보시죠… 6월 FOMC에서의 금리 인상 확률을 보면요… 0.75%를 추가로 인상할 확률이 60%에 달합니다. 어제는 49%수준이었는데요… 와.. 진짜 자이언트 스텝도 고민을 하고 있는 건가요… 이거 하나 만큼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올해 초만 해도.. 저 새가슴들이 말만 저렇게 하지.. 지덜이 뭐 할 수 있는데.. 라고 생각했던 시장이… 이제는 연준의 눈치를 보는 것 같습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겠죠.. 여전히 연준은 절!대! 저렇게 못간다… 뻥카니까.. 이럴 때 겁 먹으면 돈 못번다.. 라고 하는 Buy the Dip의 절대 강자들이 건재하구요… 그 반대편에는 Don’t Fight the Fed… 를 기억하는 신중론자들이 연준의 눈치를 계속해서 보고 있는 듯 합니다. 오늘 에세이는 여기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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