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관료의 현실부정. 한국의 기재부 모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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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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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관료들의 #현실부정이 점점 심해지는 느낌이다. 한국의 기재부가 이 길로 가고 싶어하는게 아닌가 의심이 짙어지기도 하고. 자기 돈도 아니겠다 폼나게 쓰고, 빼먹고, 나눠가지고…“


예전에 엘피다라는 메모리 반도체 회사가 있었어.


1990년대 삼성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면서 일본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하나 둘 뒤처지기 시작했지.


1999년, 그 어려움을 타개해 보겠다며 NEC와 히타치가 메모리 사업 부문을 합병했고, 2002년에 미쓰비시의 메모리 반도체를 합병해서 덩치를 키웠어.


비슷한 시기에 현대전자와 LG반도체가 합병해서 덩치를 키운 것과 비슷해.


그렇게 일본의 주요 메모리 회사들이 합쳐져서 탄생한 게 엘피다야.


엘피다는 지금 얼마나 잘 나가고 있을까?


메모리 반도체 회사들의 치킨 게임과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나락으로 떨어진 엘피다는 2013년에 마이크론에 팔렸어.


그 금액이 2000억 엔. 지금 생각하면 반도체 팹에 있는 장비 가격도 못 받은 거야.


이런 경험이 있는 일본에서 2022년에 주요 대기업 8개 사가 공동으로 파운드리 회사를 하나 만들었어.

일본 정부도 여기에 7000억원을 댔어 (풋)


홋카이도에서 터 닦기 공사 중인데 2027년부터 2나노급 비메모리 반도체를 양산하겠다고 해.

맞아, 아직 삼성이나 TSMC도 하지 못하고 있는 그 2나노.

아까 이야기한 엘피다가 망하기 전에 하던 게 40나노급이었거든.

지금 일본 반도체 업체 중 10나노 이하를 하는 곳은 한군데도 없어.

걷지도 못하는데 뛰겠다고 하는 거야.


파운드리의 경우 대부분 전공정과 후공정을 다른 회사가 협력해서 하는 경우가 많아.

후공정을 패키징이라고 해서 쉽게 보는 경우가 많은데, 경험많은 후공정 업체가 없으면 전공정에서 웨이퍼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소용이 없어.

세계 최고의 파운드리 업체인 TSMC가 있는 대만에 세계 최고의 후공정 업체인 ASE가 함께 있는 게 바로 그 이유야.


그런데 라피더스는 전공정, 후공정을 홋카이도에서 한꺼번에 하겠다고 해.

2나노 급 반도체 팹에 후공정까지 갖추려면 50조원 정도 들 거야.

그럼 출자한 저 여덟 회사에 그만한 돈이 있을까?

일본 정부는 부족한 금액을 채워줄 역량이나 의사가 있을까?


보도를 보니까 2027년에 양산을 하겠다며 24시간 작업을 하고 있고, 일부는 기반공사와 건물공사를 병행하기 위해 모듈식으로 만들기도 한다고 해.


2나노급 반도체 팹에서 제일 중요한 게 뭘까?

미세 공정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공장에 진동이 있으면 절대 안 돼.

쫓기듯 만든 팹에 진동에 민감한 최신 장비를 갖다 넣으면 불량이 엄청날거야.


2나노급이면 ASML의 EUV 장비 중에서도 가장 최근에 나온 Hi NA EUV를 써야하거든.

그런데 2025년까지는 만드는 것마다 인텔에 갖다 주기도 바빠.

삼성하고 TSMC도 손 놓고 있지 않을테고.


그럼 2027년 이전에 라피더스에 Hi NA EUV가 들어가서 양산을 위한 셋업이 끝날 수 있을까?

난 아니라고 봐.

지금 라피더스 임직원의 수가 300명 정도, 그들의 평균 연령이 50세라고 해.

40나노가 대부분인 일본에서 10나노 이하의 반도체 장비와 공정에 경험이 있는 엔지니어를 구할 수 있을까?


라피더스가 2027년 양산이라는 목표만 이야기 안했어도, 일본이 반도체를 다시 시작하는 구나 하는 생각을 했을 거야.

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2027년까지는 무조건 해야겠다며 속도전을 하고 있는 걸 보니 이건 무조건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돼.


파운드리 세계 1위는 TSMC, 2위는 삼성전자야. 3위가 글로벌 파운드리인데 그 회사가 몇 해 전 7나노 개발을 포기하고 향후 14나노를 주력으로 생산하겠다고 발표했어.


세계 3위의 파운드리 업체도 10나노 이하는 못하겠다고 손을 드는데, 40나노가 주력인 일본에서 10나노도 아니고, 7나노도 아니고, 2나노를 하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돼.


2027년까지 2나노용 팹을 만들고, 2나노용 장비도 다 들여 놓을 수 있어.

하지만 경제성 있는 수율을 유지하면서 2나노 반도체를 생산하는 건 불가능해.

세계 최초로 3나노 양산을 시작했다는 삼성전자에도 품질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대부분의 팹리스 업체들이 제품을 맡기지 않고 있어.


라피더스는 파운드리 팹이야.

팹을 만들어 놓고 장비를 들여 놔도 주문을 할 고객사가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해.

2027년에 양산을 하려면 지금부터 팹리스 업체들하고 공정을 함께 설계해야 하거든.

그런데 그런 거 하고 있단 소리 못들었어.


뭔가 생각이 있어서 땅을 파고 돈을 쏟아 붓는 거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내가 보기엔 라피더스는 망한 프로젝트야.

엘피다는 14년을 버텼어.

라피더스는 시작도 제대로 못하고 접을 거라는 게 내 생각이야.


뜬금없이 웬 라피더스? 하겠지만 한번도 만난 적 없는 페북 벗이 물어 보기에 정리해 본 거야. 내가 키크고 잘생기고 유머러스하기만 한 게 아니라 이렇게 자상해…. 쿨럭



빅태웅 의장 게시글의 댓글 쓰레드:

  • 도쿄대 경제학부 나오거나 법학부 나온 친구들이 정책을 만들고 그랬을거야. 숫자만 따지면서
  • 딱 저 길 그대로 따라가는 느낌이에요, 한국 기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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