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겨울 언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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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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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겨울 언젠가 남자친구랑 집 근처 피쉬앤칩스 식당 옆을 지나치다 어떤 홈리스 아저씨가 말을 걸어왔다. 배가 고픈데 뭐라도 사줄 수 있냐는 물음에 남자친구는 망설임 없이 식당 앞에 붙은 메뉴판을 가리키며 고르라고 했다. 아저씨는 가장 싼 피쉬앤칩스를 골랐고 남자친구는 잠깐만 기다리라며 식당에 들어가 계산을 치뤘고 식당 주인에게 말해뒀다며 밖은 추우니 안에 들어가 식사를 하라며 아저씨를 직접 안에 앉혀주었다. 혹시나 쫓겨나오거나 소동이 있을까봐 밖에서 15분여간 함께 기다리기까지 했다.


남자친구가 식당 안에 들어가있던 동안 나는 홈리스 아저씨와 짧은 대화를 나누었는데, 자신은 십여 년 전에 영국에서 왔고 가족도 친구도 없는 상태에서 실업이 되었고 상황이 점점 안 좋아지다보니 길거리에 나왔고 이제는 자신이 무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것들이 진짜인지 나야 모르지만 적어도 그 분은 술 냄새도 나지 않았고 마약에 취한 것도 아니었고, 말씨와 표정이 순했지만 너무 지쳐보이던 사람이었다는 기억이 있다.


여튼 홈리스 아저씨가 들어간 가게 앞에서 잠시 대기하던 우리 모습을 지켜보던 어느 우버 딜리버리 기사가 차에 나와서 갑자기 남자친구에게 악수를 청했다. 자신 역시 몇년 전에 홈리스였다고, 당신 같은 사람이 그들에에 얼마나 큰 의미로 남는지 당신은 상상도 못할 거라고 너무 감사하다며 눈물까지 글썽였다.


남자친구는 홈리스가 마실거나 밥을 사달라고 하면 너무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무조건 그들의 부탁을 들어준다. 돈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면, 배고프고 목마른 건 필수적인 생존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적선받은 돈으로 술과 마약을 사는 홈리스도 있고, 무언가에 취하거나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해 난동을 부리고 사람들을 위협하는 홈리스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이들을 마냥 기피하기만 하기엔 많은 홈리스들은 삶에 악재와 악재가 겹치고 의욕을 잃고 무너져버린 사람들이 많았다. 남자친구는 저 사람이 날 등쳐먹으려는 게 아닌가 경계하는 것보다 정말 간절할지도 모르는 사람의 굶주림을 해결해주는 것이 자신에게는 가치있다고 한다.


나 역시 겨울철에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부탁하는 홈리스에게 꼭 커피를 사주는 편이다. 캘거리의 겨울은 너무 춥다. 그 한 잔의 커피, 고작 5달러 밖에 안 하는 커피값을 가지고 머릿속으로 재고 따져서 뭐하나. 내게 도움을 처한 열 명 중 아홉 명이 날 등쳐먹기 위해 부탁하는 거라고 해도 난 한 명의 간절한 사람을 도와줄 수 있다면 충분하다. 거기에 더해 샌드위치 하나라도 더 얹어줄 수 있는 정도의 여유만 내게 더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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