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정(송혜교 바둑 스승) 기보 해설(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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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정(흑)과 하도영(백)의 바둑이 마지막 한판 승부로 등장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흑의 승리입니다.
하도영이 지면서 주여정을 뚫어져라 쳐다 보자 주여정은 "왜요? 다시 보니까 아는 사람과 기풍이 닮았나요?" 라고 묻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잘 붙이고 잘 젖히고 차분하고 고요할 거예요. 넋을 놓고 따라가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내 집은 허물어져 있고"
"저는 바둑을 아버지한테 배웠어요. 그리고 그대로 가르쳤거든요. 동은 후배한테. 누군가를 이기고 싶다고 해서요."
그러니까 하도영은 고개를 끄덕입니다.
결국 하도영을 이긴 이 바둑의 기풍은 주성학(서울 주병원 전 원장) - 주여정 - 문동은(송혜교)로 이어져 내려온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것이 어떤 기풍인가 한번 살펴 보겠습니다.
먼저 지난 번 송혜교와 하도영의 바둑 해설 때 설명드린 것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 보면,
송혜교는 철저한 실리 바둑이자 상대방의 약점을 한방에 공략할 장기 설계 바둑이고,
하도영은 원칙적으로 세력 바둑이며 명분을 중시하며 상황 판단에 빠른 바둑이다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기보를 보면, 문동은(송혜교)의 스승 주여정(흑)의 바둑 또한 기본적으로 실리 바둑이라 할 수 있고,
하도영(백)은 변함 없이 세력 바둑입니다.
주여정(흑)은 사진에 보이는 좌상귀과 우상귀를 포석 단계에서 이미 확보했고,
좌하귀와 우하귀도 완전히 장악은 못 했으나, 쟁취하려는 노력을 했던 흔적이 역력합니다.
하도영(백)은 우하귀에서 흑 석점을 잡는 실력자라는 것을 초반에 보이며,
상변에서 중앙으로 진출하는 거대한 세력을 추구합니다.
이제부터 문동은과 주여정의 차이점이 등장합니다.
만일 문동은이 흑을 잡았다면, 지난번 바둑에서처럼 상변 백의 벽들을 파고 들 기회를 엿보며
초반에 흠집을 남겼다가 종반에 그것을 이용하는 한 방을 들고 나왔을 것입니다.
하지만, 주여정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기에는 백돌의 벽들이 일직선으로 그 세력을 너무나 강하게
방어하고 있는 것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흑은 차라리 상변을 처음부터 침투해 들어갔습니다. 그러면서 상변에 집을 지으며 변방향으로 확장하지 않고,
중앙으로 튀며 솟아나옵니다.
그렇게 싸운 모양새의 결말이 사진의 기보에 나와 있는 장면입니다.
보시게 되면 상변 흑11점은 결국 살아 있습니다.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백이 잡으러 들어 오면 언제든지 두 눈(집)을 내고 살 수 있는 모양새가 갖춰져 있습니다.
여기서 두 눈은 상변 흑11점의 왼쪽에 있는 흑 호구 부분과 오른쪽에 있는 백 한점을 거의 잡은 호구 부분입니다.
여기까지 살펴보고, 이제 하변과 좌우변을 잠시 한번 보고, 다시 이 지점으로 돌아와 설명을 이어보겠습니다.
하변에서는 흑이 중앙 진출 없이 변쪽에 집을 지었습니다. 그러나 백이 세력을 잡았다 하기에는 여전히
그 모양이 완성체가 아닙니다.
좌변에서는 오히려 흑이 세력의 일부를 장악하고 중앙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우변에서는 백의 대세장이지만 향후 중앙을 누가 장악하느냐 따라 그 크기가 결정되는 형국입니다.
이제 상변으로 돌아와서 크게 한번 보겠습니다.
바둑은 누가 집을 많이 크게 짓느냐의 싸움입니다. 하지만, 그 싸움이 격렬해지면, 누가 상대방의 눈(살 수 있는 최소한의 두 집)을
막아 대마를 죽이느냐의 싸움으로 발전합니다.
본 바둑에서는 후자의 형국이 나타났습니다.
백이 상변 세력으로 흑11점을 둘러싼 후 압박하는데 성공하느냐, 못 하느냐는 이 바둑에서는 선택이 아닌 필수의 베팅입니다.
지난번 문동은 때처럼 약점을 남기지 않으며 보다 견고한 세력을 구축한 하도영(백)의 입장에서는 상변 한가운데 과감히 파고 들어
자신의 중앙 영역으로 솟아 오르고 있는 흑11점이야말로 자신의 영광(Glory)를 파괴하는 거대한 프로젝트로 느껴진 셈이죠.
천원이라고도 불리는 바둑판의 가운데 점은 우주의 센터를 의미합니다. 세력 바둑을 추구하는 이에게는 바둑을 승리했을 때
집수 자체도 중요하지만, 영광스러운 모양새를 주는 지점입니다. 가장 짓기 어려운 하늘 중앙에 큰 집을 짓고 승리했다고 하는 자랑스러운 엠블럼(표상) 같은 거죠.
그런데 지금 흑은 그곳을 향하여 돌격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사실상 작은 두 집을 내고 살아 버렸기에 백의 하변 우변 좌변에 있던 주변 세력은 더이상 천원을 둘러싸는 건설물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자체로 따로 생존해 나가거나 아니면 오히려 그 과정에서
추격을 받을 수 있는 구조물들이 되고 말았습니다.
자신의 세력이 또 다시 무너지게 되는 이 지점에서 하도영은 지난번 문동은 바둑의 기풍이 재등장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자신의 세력 벽을 뚫어내는 기술의 바둑이 아닌 자신의 세력의 한가운데를 아예 파고 들어와 작은 눈을 내고 살아버리는 섭리의 바둑이라는 차이점을 동시에 보면서요.
백이 무너지는 모습도 차이가 나게 됩니다. 지난번엔 백 세력이 뚫리면서 무너졌다면, 이번에는 세력의 한가운데 들어와 있는
흑 11점의 존재감 때문에 이제부터 백은 싸워서 지게 되는 것이 아닌 스스로 자멸할 자초위난의 형국으로 들어가는 모습입니다.
마치 주여정이 자기 집에 텐트를 치고 문동은이 살 수 있는 아주 작은 상생의 공간(두 눈)을 내 준 것 뿐인데 그 모양새의 존재감은
이 싸움 전체의 영광의 중앙 자리를 차지하여 나머지 백의 구조물들은 큰 중심을 잃어버리고 비참한 변방 집을 짓고 각자 도생하거나
아니면 한 구조물이 살기 위해 다른 동료 구조물을 죽도록 내줘야 하는 아비규환의 남은 후반전만 남은 상황이라고나 할까요.
이제 각 귀와 변에서 작은 싸움을 버티며 살아 온 흑의 동료들도 일제히 함께 들고 일어나 백 세력의 남은 공간을 점령해 들어가는
빛나는 장면들이 남아 있는 종반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게 되었습니다.
살인자도 살게 해주려는 아버지로부터 배운 바둑의 실리 상생의 기풍은 결국 약자를 짓누르는 세력 거품 바둑의 근원점을
타격하여 자멸하게 하는데까지 멋있는 계보를 이어갔습니다.
-미씨 usa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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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원글도 드라마에서 스쳐 지나가는 한 장면을 위해 바둑돌을 설계한 사람들도 다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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