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전세자금대출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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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청년이었던 시절이 있던 사람이라... 아련하게 떠올리면 뭔가 '내 집 마련'에 꽂혀서 한 달에 200만원 씩 저축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렇게 5년 지나고 1억 좀 넘게 모았을 때 그 돈으로 오피스텔 전세를 받아 들어갔습니다. 생각해보면 융자가 전세 보증금 만큼 있는 오피스텔에 뭘 믿고 그랬나 싶지만 월세가 50-70 만원이 되는 걸 생각하면 나름 '돈 아낀다' 생각했어요. 살아보니 저에게는 과분한 곳이라 만기 출소해야 했지만.. ㅎㅎ 근데 청년전세자금대출 제도가 나오고 똑똑한 분들은 그걸 잘 이용해 적은 돈으로 좋은 집에서 예쁘게 잘 살더라고요. 현금 박치기 한 저는 역시 무식하면 몸이 고생한다 생각했어요.
사실 원룸에서 큰 평수의 오피스텔은 정말 삶의 질이 다릅니다. 외곽에서 중심가로 위치도 완전히 다르고 누릴 수 있는 것들이 완전히 바뀝니다.(그리고 젊어서 그렇게 누리고 마주하는 환경들은 청년기 성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물론 부모님 잘 만나서 처음부터 그런 집에 쉽게 들어가시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하지만 그렇지 않은 청년들이 더 많아요. 근데 마침 정부에서 청년전세자금대출을 통해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꿈과 일에 집중하도록 해준다니 너무 감사하죠. 근데 아시나요? 이런 청년들을 위한 제도가 사실을 청년들의 자금 건전성을 떨어뜨리고 사회 초년생부터 빚과 가까워지게 한다는 사실을요..
사실 전세는 집만 보고 (집을 담보 잡지도 않고) 그냥 집주인에게 돈을 빌려주는 겁니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돈으로 집을 사는데 그 돈의 소유는 공동이 아닌 임대인 단독 소유이지요. 임대인은 잠시 집을 빌려주기만 하면 되고 리스크는 임차인에게, 권리는 임대인에게 돌아갑니다. 오르는 집값도 같이요. 전세 만기 때 깨달았습니다. '집 값은 물가상승률에 따라 오를 수 밖에 없는 자산이지만 전세는 그냥 묶여 버린 자산일 뿐'이란 것을요. 제가 아무리 열심히 모아도 (상승기 때의) 집 값 상승률을 따라가기는 어려우며 평소에도 물가 상승률에 따라 오르고 있습니다. 상승장 하락장을 반복한다고 하지만 결국 올라요. 오래 된 20년 치 그래프를 보시면 그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자료가 사용된 기사가 클리앙이 좋아할 기사는 아니지만, 일단 기분 상하지 마시고요..(이거 밖에 안 보여서;) 저는 모든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는 일장일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르면 오르는 데로 내려가면 내려가는 데로 그 기울기가 급격할 수록 다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프를 잘 보시면 1999년부터 2019년까지 그래프는 오르막길입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없지만) 집값 상승률 곡선은 물가 상승률 곡선과 거의 유사합니다.
월급 빼고 오르는 물가. 그리고 같이 오르는 집값. 그래서 돈 모아서 집을 못 사니 융자를 내서 사야 한다. 그렇게 배웠습니다. 그건 정말 좋은 빚이라고. 근데 말입니다. 1억 대출 받으면 연 4%일 때 내야 하는 이자를 생각해보면 5년 동안 총 천 만원 정도 됩니다. 1억을 5년 동안 모으기 위해서는 정말 뼈빠지게 모아야 하는데 천 만원 이자까지 갚을 생각을 하면 사실 까마득 합니다. 근데 융자를 쉽게 받게 되면 이왕 받을 거 1억이 2억 되고 2억이 2억 5천이 되더라고요. 꾸준히 종잣돈 모아서 감당할 수 있는 빚만 받아야 하는데, 빚을 쉽게 받을 수 있게 되면 '빚의 무게감', 즉 '리스크'에 대한 감각을 상실하게 됩니다.
청년전세자금대출 제도는 그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많은 청년들이 원룸 월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아파트 전세를 살 수 있게 됩니다. 부동산에서도 어려 보이는 사람이 오면 바로 전세자금대출 금액부터 두드리고 시작합니다. 안 받으면 바보라더군요... 근데 전세 대출의 문제점은 담보가 사실상 없으며 정부가 청년의 나이만 보고 보증을 서주게 됩니다. 게다가 부동산의 건전성 평가에 대해서도 임차를 하고자 하는 청년에게 맡겨 버립니다. 대부분 사회 초년생들이 이 부동산이 건전한지 아닌지 아는 건 사실 많이 어렵습니다. 그리고 그걸 영악한 부동산 업자들과 빌라왕이 잘 이용해 자신의 자금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고요.
더 심각한 문제는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주택 위에 빚을 쌓는 것인데 전세자금대출은 '無' 위에 빚을 쌓아 올렸다는 것입니다. 매매에서 주택을 담보로 융자를 받는 경우, 파산하면 집으로 퉁치면 됩니다. 물론 그것도 지나치면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같은 사태가 나지만, 한국의 경우 DTV, LTV 같은 대출 규제가 빡셉니다. 하지만 전세의 경우 내가 파산하는 것도 아니고 집주인이 파산하면 집이 날라가는데 그건 집주인의 집이라 내 빚을 퉁칠 수 없습니다. 그 날린 보증금이 내 돈이면 배가 엄청 아프고 끝나지만 대출이라면 마이너스 통장으로 청년 시기를 살아가는 겁니다.(0원으로 시작해도 이렇게 힘든데 마이너스로 시작하라니 정말 암담할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런 리스크는 항상 있었지만 청년들에게 전세 제도는 '대출도 쉽게 나오는', '국가가 보증해주는' 제도(?)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청년들이 생각 없이 전세자금대출을 받게 되고 원금은 놔두고 이자만 갚다가 전세 만기가 되면 그대로 돌려 받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훈훈한 광경이지만 그 과정에서 청년들은 스스로 자금을 운용하고 리스크를 계산하고 감당할 능력을 상실해버렸습니다.
한국의 주택 가격은 분명 비싼 것이 맞습니다. 근데 그건 수도권에 국한되어 있으며 대부분의 다른 나라들도 부동산 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다른 나라도 한국에서처럼 10~20년 돈을 모아야 집을 겨우 가질 수 있고 선진국들 도시에서 월세를 살려면 월급의 반은 집주인에게 바쳐야 합니다. 전세는 한국에서만 있는 부동산 제도(?)로 초경제성장 시기에는 서민들의 좋은 보금자리로서, 자본가의 좋은 투자 수단으로서 명맥을 유지해왔지만 경제성장률이 둔화된 이제는 합법적으로 돈을 뜯어내는 수단이 된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가 필요에 의해 불안정한 전세를 놓지 못한 것인데 이제 놓아줄 때가 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부도 청년들 불쌍하다고 막 퍼주지 말고요. 퍼주기 식 정책은 결국 국가 세금만 낭비할 뿐이며 더 큰 리스크로 청년들을 압박하게 됩니다.
물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치라고 하지요. 청년전세자금대출은 청년들에게 집을 잡아주었지만 잡는 동기나 방법은 상실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청년전세자금대출이 나왔을 때 모래성 위에 빚을 쌓아 올린다고 걱정했는데 정말 그게 현실이 되고 보니 세상에 정말 공짜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국토부에서 구제 대책에 대해서 발표하고 있는데 막상 시행해보면 해당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겁니다. 원래 빚은 얻기 쉬워도 구제는 어려운 법이니까요. 모두 자기 구제는 자기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정신 바짝 차려야 할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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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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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마핱 12.16 비밀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