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였고 맥심이였던 고양이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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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거그려서20년살아남았습니다
< 커피였고 맥심이였던 고양이에 관하여 >
“여보! 이리 나와봐요!얼른!”
아내가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에
남편은 무슨 큰일이 났나 싶어 2층에서 급하게 내려왔다.
마당에 나가보니 아내는 양손에 새끼고양이 하나를 받쳐들고 어쩔줄 몰라하고 있었다.
“이게 뭐예요?”
“마당에 나와봤더니 어미도 없고, 현관앞에 있지 뭐예요”
얼핏봐도 태어난지 얼마안되보이는 핏덩이같은 녀석이
죽은듯 조용하게 있었다.
“얘…죽은거 아니예요?”
“모르겠어요”
아내는 그제서야 밖이 아직 쌀쌀하다는 것을 눈치채고선
황급히 집안으로 들어왔다.남편은 화장실로 달려가 수건을 하나 들고왔고 아내는 새끼고양이의 입가에 손을 대 보았다.
“숨 쉬어요?”
“살아있는 것도 같은데….”
너무 조그마해서 어찌 할지 모르는 아내는 남편이 가져온 수건으로 일단 새끼고양이를 감쌌다.
그리고 바로 부엌으로 달려가 수건하나를 따스한 물에 적셔왔다.
“여보, 죽은거 …같은데요”
“잠깐만요..”
아내는 새끼고양의 몸을 조심스레 닦아주면서 마사지를 해주었다.
“여보,수건 좀 다시..”
남편은 아내의 말대로 부엌으로 가 새수건을 적셔서 가져오고
아내는 새끼고양의 몸을 쓸어내려주고 덥혀주기를 반복했다.한시간쯤 지났을까
죽은듯 움직이지 않던 새끼고양이가 파르르 떨더니
‘끼용’하는 소리를 내었다.
“살았네!”
“살았네 살았어”
남편은 두꺼운 안경을 꺼내들고 컴퓨터를 켰다.
잘 보이지 않는 흐릿한 자판을 찡그린 눈으로 손가락을 펴서
한 자, 한 자 쳐 내려갔다
탁..탁..탁
“새..끼..고.양이 밥주는 법”
화면아래로 주루룩 뜨는 글자들을 보며 남편은 수첩을 펼치고 한글자 한글자 적어내려갔다.
그리고는 코트를 집어들고 밖으로 향했다.
“여보, 나 좀 나갔다 올게요. 새끼고양이들이 먹는 분유가 따로 있다네요”
부부는 3년전에 양평의 작은 산 아래 집을 지었다.
아이들은 나이 들어서 시골에 가시면 더 불편하다고 말렸지만
부부는 서울의 도심에서 벗어난 한적한 이곳이 마음에 들었다.
아내는 해가 금방 지고 인적이 없는 깊은 밤이 너무 적막해서 무섭다고 하기도 했지만 도시에서는볼수 없었던 그런 까만밤에 총총히 박힌 별들을 보며 그런 생각을 지워나갔다.노년에 찾은 외곽의삶은 두 사람에게 꽤 근사했다.
그리고 3년이 되던 날, 이 작은 고양이가 집으로 찾아온 것이었다.고양이는 어찌나 먹성이 좋은지작은 주사기에 담긴 분유를 쪽쪽 잘도 먹었다.
마치 누가 뺏기라도 할 것 처럼 그 작은 양발로 꽉 끌어안은채 말이다.
부부는 한동안 그 고양이를 “양평”이라고 불렀다.
“양평이는 좀 촌스럽지 않아요?”
“그럼 뭐라고 부르지? 나비? 노랑이?”
“아휴, 당신은 너무 상상력이 없어요”
“동물이름을 음식이름으로 하면 오래 산대요”
“그래요?”
마침 커피를 마시고 있던 아내는
“커피 어때요?”
아내의 말에 남편은
“그럼 나는 맥심이라고 불러야겠네요”
두 사람은 한껏 밥을 먹고 배가 빵빵해진채로 잠든 고양이를 보면서 한바탕 웃음을 지었다.다음날, 남자는 집 대문에 고양이가 드나들수 있도록 작은 문을 하나 만들었다.
——
저는 이름이 두 개예요.
엄마는 저를 커피라고 부르고
아빠는 저를 맥심이라고 불러요.
저는 하루종일 놀고 싶은데
엄마랑 아빠는 저랑 잘 안놀아줘요.
의자에 앉아서 그냥 웃기만 하고요.
가끔 아빠가 너무 조용히 소파에만 있으면 저는 심통이 나곤 해요.
낚시놀이도 하고 사냥놀이도 하고 싶은데 말이예요.
어제는 아빠가 어디서 목걸이를 하나 사가지고 왔는데
너무 촌스런 핑크색이라 좀 고민이 되었지만
그래도 두분이 너무 좋아하시길래 제가 참고 그냥 목에 차줬어요.
아무튼 엄마랑 아빠는 제 달리기 실력에 한참 모자라서
같이 놀기 힘들지만 뭐 괜찮아요.
우리집 마당에는 벌레도 많고 새들도 많아서 신나게 놀 거리들이 많으니까요.
아!엄마가 밥주는 소리예요.얼른 가서 야무지게 먹고 또 놀아야지.
-
어제부터 엄마랑 아빠가 집에 없어요.
어디 가셨나 본데 오실때 맛있는거 많이 사가지고 오시겠죠 헤헤 신난다.
-
왜 안오시지?
-
밥이 다 떨어졌어요
엄마랑 아빠가….안오세요.
밥이 없는데….
배고픈데….아!! 엄마랑 아빠가 밥두는 곳을 제가 알아요.
-
이제 밥도 정말 다 떨어졌어요.
엄마아빠 어디갔어요?
————
아침부터 집앞으로 트럭몇대가 들어왔다.
먼저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온 여자와 남자는 안방으로 들어가 잠시 흐느끼는 것 같았다.
뒤이어 들어온 사람들이 분주히 짐 정리를 하며 물건들을 빼내기 시작했다.거실을 둘러보던 여자는,
“오빠, 엄마아빠 고양이 키웠어?”
“아니.그게 무슨 소리야?”
“이거봐봐.이거 고양이 사료봉지 아니야”
“그러네. 길고양이들 밥 주셨나?아무도 없으니까 집에 들어와서 뜯어먹었나 본데..”
-
아침부터 이상한 사람들이 잔뜩 왔다 갔어요.
집안에 있는 물건들을 모두 가지고 나갔어요.
저는 무서워서 엄마랑 아빠만 아는 비밀장소에 숨어있었어요.
엄마아빠는….오지 않았어요.되게 멀리 가셨나봐요.
저는 어떻하죠?
배가 고픈데….
-
아! 생각났어요!
언젠가 아빠 무릎위에 있을때 들었던 얘기.
“여보 우리 없으면 얘는 어떻게 해요?”
“맥심이는 순하고 씩씩해서 어디가서도 굶지는 않을거예요”
그리고 우리가 왜 없어요.맥심이랑 오래오래 살아야지”
“커피야. 혹시 엄마아빠 어디가서 안오면 그냥 집에 있으면 안돼.알았지”
그리고 엄마가 제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어요.
엄마아빠가 안오면….그냥 집에 있지 말라고 ….
엄마가 얘기했었어요.
엄마아빠를 찾으러 가야겠어요.
-
밤은 어둡고 무서워요.그래도 괜찮아요.
저는 마당에서 제일 힘쎈 고양이였으니까요.
어디선가 엄마아빠의 냄새가 나는 것 같아요.
저 작은 산만 넘어가면 될 것 같아요.
저기 불빛아래 빨간 벽돌, 저기서 나는 냄새가 엄마아빠 냄새랑 비슷해요.
저기 계신것 같아요!
———
아직 쌀쌀하던 3월의 봄 밤,
곧 영업이 끝나는,
빨간 벽돌로 이루어진 양평의 큰 카페 입구에서 사람들 사이를
작은 고양이 한마리가 이리저리, 마치 엄마를 잃어버린 아이처럼 헤매고 있었다.
“자기야 얘 왜 이렇게 우리 따라오냐.”
“근처에서 키우는 앤가? 목걸이도 있네.”
“야 임마. 너 집 어디야?”
온몸이 노란고양이 한마리가 애옹애옹 거리면 두 사람을 졸졸졸 계속 따라다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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