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이미 두 번 죽었고 한번 더 죽을 예정인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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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빡쳐서, 새벽에 급히 쓰는 거라 반말투를 쓰고 욕설이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꾸벅...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조선의 잊혀진 왕녀, 의순공주 이야기임.
진짜 잊혀진 이야기라 정말 아는 사람도 드물거임.
요약: 지지리 기구한 삶을 살았지만 기억해 주는 이 없이 잊혀진 비운의 왕녀.
그녀의 기구한 삶)
1. 병자호란 이후 조선에서는 반청 감정이 아주아주아주 드높았음(거의 지금의 짱/깨혐 수준보다 더했을거임)
2. 청나라도 (비록 항복과 사대의 예를 받았지만,) 조선이 청을 극혐하는 걸 알고 있었고 그 때문에 조선을 어떻게든 길들이고 기를 죽이려고 벼르고 있었음.
그래서 시녀로 쓸 공녀도 요구하고 조선에 별 지X을 다 함.
짤은 고려시대 공녀 공출을 묘사한 이병우 기자의 일러스트임.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고려 시대 뿐 아니라 조선 시대에도 공녀가 갔었음.....
(명 초기 때도 보냈고 청나라 초기 때도 시녀로 쓸 공녀를 뽑아 올리라고 했었음 ㅆㅂ)
3. 청 초기, 3대 황제 순치제(강희제 아빠)가 어렸을 시절 "아이신기오로 도르곤(예친왕)"이라는 사람이 섭정을 했었음.
이 사람이 도르곤임.
4. 도르곤의 정실부인이 죽고 나서, 도르곤이 조선의 왕녀를 새 부인으로 맞고 싶다고 정식으로 구혼함.
5. 조선에서는 당연히 극혐하고 질색팔색을 함. 시녀로 바치라는 것도 아니고 정실부인으로 결혼하겠다고 하는 건데도.
당장 왕인 효종부터가 자기 딸들과 조카딸들은 결혼하기에는 너무 어리다고 여러 핑계로 둘러댔으며, 꼭 왕의 친딸 아니어도 좋으니 종친의 딸이나 귀한 집 여식을 시집보내라 했는데도,
전주 이씨 종친이나 대신들조차 어느 하나 자기 딸을 시집 보내겠다고 하는 사람이 없었음.
당연히! 청나라에서는
"조선아 빨리 하나 골라서 보내~ 뒤지기 싫으면..." 이라고 겁나게 압박을 넣음.
6. 그러던 중 종친이었던 금림군(錦林君) 이개윤(李愷胤)이 자기 딸인 이애숙(李愛淑)을 보내겠다고 자청함.
이 이애숙 이란 사람이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인 의순공주임!
왕인 효종이 이애숙을 양녀로 삼고, "의로운 일에 순응하였다"라는 뜻의 "의순공주(義順公主)"라는 작위를 내려 줌.
그리고 의순공주는 청나라로 시집을 감.
아버지 금림군도 품계가 오르고, 친정 식구들도 좋은 자리에 오르는 등 혜택을 받음.
그렇지만 조정 대신들이나 세간에서는, (지들은 딸 보내기도 싫어했으면서) 오랑캐에게 딸을 바쳐 출세한다고 뒤에서 겁나 씹어댔음.
7. 도르곤은 의순공주를 보고 기뻐하여 '백송골(하얗고 잘생긴 매)"이라는 별명까지 붙여 주고, 정실 부인들 중에서도 서열이 제일 높은 대복진으로 삼아서 아껴줌.
그런데 조선에는 공주와 그 시녀들이 못생겼다고, 조선이 정성을 다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제기함.
위의 내용으로 보건대, 의순공주와 시녀들의 외모에 문제는 없었고 도르곤도 만족하였으나, 청나라가 조선을 기 죽이고 트집을 잡기 위해 그런 것이란 해석이 강함.
8. 문제는 도르곤이 결혼 7개월만에 사망함.
도르곤은 섭정을 하면서 너무 주제넘게 나서고 깝친 전적이 있어서, 섭정을 받았던 3대 황제 순치제가 도르곤을 아주 싫어했음.
그래서 도르곤 사후 그의 작위도 박탈하고, 시체를 무덤에서 꺼내서 목을 베는 등 사후 숙청과 명예박탈이 이루어졌음.
이 와중 의순공주는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으나, 시조카 되는 사람에게 새 시집을 가게 됨.
9. 과부의 재혼을 엄격히 금지했던 조선에서 나고 자라 교육받은 의순공주에게 이것은 큰 모욕과 같은 일이었음.
청나라는 애초 유목민족들의 전통인 형사취수 문화도 살아 있었어서, 여자가 남편이 죽으면 시집 식구에게 다시 시집가는 일도 드물지 않았지만 조선에서는 말도 안 되는 야만스러운 오랑캐 짓거리라고 겁나게 까이던 일이었음.
그리고 새로 시집간 남편도 얼마 안 되어서 죽어버림(...)
의순공주는 이렇게 두 번 시집을 갔지만 어느 하나 행복하게 잘 살지도 못하고, 머나먼 이국땅에서 과부로 쓸쓸히 살게 됨.
10. 친정아버지 금림군이, 청나라에 딸을 다시 데리고 오고 싶다고 이야기함.
정작 청나라에서는 "외국에서 과부로 혼자 살아서 뭐하겠냐. 다시 델고가라"고 쿨하게 허락해 줬지만
조선에서는 금림군이 단독으로 일을 진행해서 청나라 황제를 언짢게 했다고 지랄,
오랑캐에게 몸을 두 번 더럽힌 더러운 딸을 데리고 온다고 지랄함.
11. 의순공주는 귀국한 후 "공주"작위도 박탈당했음. 그냥 '이개윤의 딸'로 기록되고, 부정하게 몸을 더럽힌 환항녀라는 모욕에 시달림.
친정아버지 금림군 역시 딸을 함부로 귀국시켰다고 비난받고 관직도 삭탈당하고 도성 밖으로 쫓겨남(.....)
그리고 조선에 돌아온 지 6년 만에 병을 얻어서 스물일곱 나이로 사망함. 헬피엔딩
의순공주 무덤. 족두리묘 라고도 불림.
주변의 의순초등학교가 이 공주의 작위에서 이름을 따온 것임.
사진출처 하단 오마이뉴스 기사에서 발췌함.
12. 지금 의순공주묘는 친정아버지 금림군 묘역에 가까운, 경기도 의정부시 금오동 천보산 기슭에 있음.
실제 시신이 없는 허묘라는 이야기도 있고, 조선의 정신승리에 가까운 "족두리묘"라는 이야기도 있음(이 이야기는 시간상 생략)
문제는 이 무덤도 여태까지 돌봐주는 사람 하나 없이 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음.
여기는 친정아버지 금림군묘. 사진은 정통풍수지리학회 홈페이지에서 퍼옴.
근처의 친정아버지 무덤은 그래도 후손들이 일년에 두번정도는 와서 돌봐주고 간다고 하는데
의순공주묘는 사진 보면 알겠지만 개판 오분전도 이런 개판이 없음.
또, 곧 주변 도시 재개발로 묘지 자체가 없어질 예정이라고 함.......... ㅆㅂ
문화재청은 대체 뭐하는지 모르겠고
무덤이 자리한 의정부시는 근거가 빈약하다는 이유로 의순공주 묘 및 금림군 묘를 문화재로 지정해 보존할 이유가 없다고 답변함 ㅆㅂㅋㅋㅋㅋㅋ
아니 그럼 그 주변 초등학교 이름은 왜 의순초등학교냐 ㅆㅂ새끼들. 공주묘 이름에서 따왔으면서.
그리고 묘를 관리해야 할 전주이씨들은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음.
이 글 쓰는 필자도 전주 이씨라서 하는 이야기지만 참 전주 이씨들 싸가지가 없네ㅋㅋㅋㅋㅋㅋ...
아버지 무덤은 와서 관리하면서 정작 고생은 고생대로 한 딸 무덤은 저리 개판을 쳐놓네 ㅋㅋㅋㅋㅋㅋㅋ 어휴 창피해서.
의순공주라도 나서서 시집을 빨리 안 갔으면 조선이 무슨 생트집을 잡혀서 더 비참한 꼴을 당했을지도 모르는데,
돌아와서도 환향녀라고 비난하고 모욕한 주제에 죽어서 묻히는 무덤조차 이렇게 방치하는지.
필자라도 가서 무덤에 헌화하고 술이라도 올리려 함. 대체 뭐하는거지 진짜.
그리고 청와대 청원이라도 내려고 함. 두번 세번 죽이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냐고. 없어지게 냅두지 말고 관리좀 해달라고.
원나라로 보낸 고려 공녀부터 시작하여 조선 공녀, 의순공주를 거쳐 일본군 위안부, 한국군 위안부 까지 이어지는 역사.
이런 역사가 기억되고 반성되지 못하고, 이렇게 잊혀지고 없어지면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을까.
당장 현대 한국도 국력이 쇠하면 언제든 이런 일이 또 벌어질 수도 있는데 말이지.
참고문헌(?)
한국역대인물 종합정보시스템 금림군 이개윤(http://people.aks.ac.kr/front/dirSer/ppl/pplView.aks?pplId=PPL_6JOb_A9999_1_0032147)
버려진 조선의 공주.... 묘까지 이리 방치하다니요(오마이뉴스 기사)(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35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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