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속시원해서 써보는 돈받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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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 쓸까 말까 했는데,
하도 속시원해서 좀 써야겠음.
4년전 이 식당에서 일할 때 젊은놈 하나가 있었음.
뭐 술마시고 어쩌고 다 필요없고! 아무튼 이놈이 어느날
돈이 좀 필요하다며 한달에 100만원씩 꼭 갚겠다고
천만원만 좀 빌려달라길래 이놈 금전감각 보니까
지금이라도 보람상조에 전화 넣어야 하나 싶었음.
갈때가 됐나 싶어서.
그리고 그걸 이자도 없이 원금으로 퉁치려고 해?
액수 단위도 단위지만 내가 그런 돈이 어디있다고.
한 며칠 쫓아다니며 500이라도, 300이라도, 100이라도,
하면서 하도 땡깡부리길래 뭐 어차피 얘 월급날 내가 알고 있고
"좋다 그러면 150 빌려줄 테니까 월급 받으면 바로 갚아라."
하고 150 빌려줌. 고맙다고 술산다길래 없는놈이 뭔 술을 사냐고
급한거나 해결하라고 하고 그 날 그렇게 지나감.
그리고 다음날 안나옴
ㅋ?
연락도 안 되고 미쳐버리겠는데 같이 일하는 이모가
홍익인간마냥 얼굴 시뻘개져서 오더니 그새끼 어디갔냐고 대뜸 물음.
그걸 나한테 왜 물어?
니가 친하니까 알지 않냐고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하길래 혹시 그놈한테
돈 빌려줬냐고 하니까 50만원 빌려줬다고 함.
내가 진짜 배잡고 웃음. 왜 웃냐고 하길래 말했음.
"그래도 이모는 50만원으로 끝났네. 난 150 빌려줬는데?"
이모 눈이 무슨 명랑만화마냥 띠용 하고 커지더니 "니 미칬나?" 하고 호들갑떨음.
이 외에도 5만원 3만원 10만원 하여튼 다양하게 돌아가면서 빌렸음 이놈이.
당시 지점이 3개 였는데 3 지점 다 돌아다니면서 이놈이 돈빌리고 다녔던거임.
찾을 방법은 없었고 무슨 통장압류 이런거 너무 복잡하고 일도 바빠서 다들 그냥
잊자고 하는 분위기였는데 150 빌려준 나라는 호구새기는 어쩌고...
1티어 피해자인 나와 2티어 피해자인 이모만 죽쒀버린 결과로 그렇게 1년을 넘게
놈의 행적을 찾았지만 알 수가 없었음. 날랐는데 당연히 모르지.
결국 우리는 '다단계 빠지는 사람들 욕할거 없다. 우리도 병신이다.' 라고 자조하며
그 사건을 그렇게 잊혀지는 듯 했는데...
며칠 전에 병원 갔다오고 나서 출근했다가 하도 몸이 안좋아서 조퇴를 했음.
차 한쪽에 세워놓고 편의점 들어가서 맥주랑 담배 결제하는데, 그 뭐랄까.
살면서 그런 느낌들 받아본적 없으심 다들?
'내 뒤에 누가 서 있는데, 그 누군가가 내가 아는 사람이다'
라는 그 확신 느껴본 적들 없음?
그 뭐랄까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쓰읍 하고 올라오는 불쾌한 감정이
'내가 아는 이 놈이 내가 꼭 찾고 싶었고 보고싶은 놈이였지만 반가운놈은
아니다'
하는 그 느낌이 확 올라와서 계산하다 말고 뒤를 돌아봤음.
잠깐 정적,
그놈이 내 돈 ㅆ 아니, 내 피같은 돈을 씨버러버 갖고 나른 그놈이였음.
그놈 역시 '님 뭐임?' 하는 표정이다가 "어... 어..." 하더니 영화처럼 슬슬
뒷걸음질 치길래, 나도 모르게 말했음.
"너 여기서 문열고 나가면 진짜 인생 고달파진다." 라고 으름장을 놓음.
어디서 뭘 하고 다녔는지는 모르겠는데 팔뚝 보니까 문신도 좀 생겼고
그때보다는 좀 말랐다는게 느껴졌음. 그놈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뒤에
가만히 서 있다가 내가 계산을 마치자 시선을 피하며 편의점 입구 앞에 뻘쭘하게
서 있었음.
"뭐 해? 계산 안하고?"
쭈뼛쭈뼛 와서는 계산하는 그놈을 기다렸다가 이야기좀 하자고 하고 같이 나감.
"너 왜 그랬냐?"
"형님 제가 진짜 꼭 갚을 생각이였는데 제가 그동안 몸도 안좋고 일도 못해서..."
"니 사정은 내가 알 바 아니고, 나한테 왜 그랬냐고."
"형님 제가 진짜 몸이 안좋아서..."
"야."
"예."
"니가 몸이 아프고 건강하고 난 관심 없다니까? 너 나한테 그렇게 통수치고 가려고 며칠동안
술먹고 형님형님 하면서 쫓아다니고 꼬리쳤냐? 너 다른 사람들한테도 그랬냐?"
"다른사람한테는 안그랬습니다."
"근데 나한테는 왜 그랬는데?"
"그게 형님이 잘해주셔서 제가 부탁할데가 형님밖에 없었습니다."
"벗겨먹기 좋은 놈이라는 말이네?"
"...그게아니고..."
"아니긴 ㅆ발 너 됐고, 기다려봐."
난 바로 일하고 있는 이모한테 전화를 걸었음.
- 어 니 왜.
"누나 나 조퇴했다 근데 중요한건 그게 아니고 철수(가명)이새끼 잡았어.
빨리 나와. 뭐 하고 있던지 필요없고 빨리 튀어나와."
-뭐고 진짜가 니 어떻게 잡았는데 뭔데?
"됐고 빨리나와."
이모는 진짜 일하던 복장 그대로 앞치마도 안벗고 뛰어나옴. 매장이 거의 옆이라
멀리서부터 걔 보더니 사자후를 지름 "이새끼 니 진짜 미칬나!! 니 어데갔다 이제왔노!!"
이모가 고무장갑 낀 손으로 걔 멱살잡으려는거 겨우 진정시키고 앉힘.
"이새끼야 니 돈이 문제가 아니고 니는 인간이 덜됐다."
"누나 진정해."
"속좋은 소리한다. 하 참 나~"
"누나. 뜯겨도 내가 더 많이 뜯겼어...."
"...그건 그렇긴 하네..."
어쨌든, 그놈이 구구절절 사정 설명하려고 할 때마다 나는 말 계속 끊었음.
"형님 제가 그동안 진짜 많은 일이 있었는데요..."
"나도 많은 일 있었어. 안들을거야. 돈 줄거야 말거야."
"사정을 들어보시고..."
"왜 들어? 돈 줄거냐고 말 거냐고."
"형님 제가 그래도 잘못하긴 했지만 너무 서운하게 말씀하시는 것 같아서
조금 아쉽습니다."
그 말에 꼭지가 돌은 누나가 벌떡 일어서서
"서운하나? 니가 서운하다고? 와 니는 진짜 니 생각뿐이 안하네?"
내가 이모 손 잡아끌고 앉혀서 진정시키고 말함.
"서운할 수 있어. 그럴 수 있어. 근데 그건 니 감정이고, 난 니가 나하고 누나 돈 먹고
날라버린 그 순간부터 그냥 너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지냈거든?
근데 마주하니까 받을건 받아야겠더라. 그런 생각이 들더라. 다 필요없고,
너 일주일 안으로 253만원 내 통장으로 입금해. 150 내 돈, 50 누나 돈, 그만둔 사람
제외하고 다른사람들한테 돌려줄 돈 다 포함해서."
"형님 저 그렇게 많이 안빌렸는데요."
"아 진짜? 너 이거 봐봐."
내가 그놈 잡으려고 3년전에 휴대폰 메모장에 써놓은거 내역 쭉 보여줌.
"통장 거래 기록, 그거 다 까발릴거야. 그때 확인하고 줘도 되는데 어떡할래?"
그 때, 걔가 갑자기 울먹이는 불쌍한 표정 지으면서
"형님 제가 그래도 형님 덕분에 힘든 시간을 잘 견뎌냈는데" 이ㅈ랄 하길래
"난 너때문에 힘들었어. 빨리 어떡할거냐고. 누나까지 나온 마당에 너 여기서
도망가거나 거짓말하면 나 오늘부터 수수료 주고 돈받아주는 업체라도 알아볼거니까
그렇게 알아라. 150만원 없어도 되는 돈이라고 쳐도 난 괘씸해서 받아야겠다."
그러자 이 카멜레온같은 놈이 그 불쌍한 표정 싹 거두면서 '아 ㅈ됐네' 라는 표정으로
일주일안에 꼭 주겠다고 믿어달라고 사정함. 그 사이 누나는 내가 너한테 얼마나 잘 해줬는데
어쩌고 하면서 길게 말하려고 하길래 내가 일부러 말을 자꾸 자름.
말을 자른 이유는 나중에 말하겠음. 아무튼,
"3일 안에 돈 가져와. 일주일도 길다. 기간 지나면 업체든 뭐든 신고하든 난 비용 얼마
들어도 상관 없으니까 그 돈 내가 손에 안쥐어도 돼. 니 통장에서 253만원 빠져나가는
꼴을 내가 기어코 봐야겠으니까 잘 생각해라." 하고 일어남.
누나가 이새끼 이렇게 그냥 보내면 안된다고 소리지르고 난리났는데 내가 나중에
설명할테니까 그냥 일어나라고 억지로 일으켜세우고 가려는데 걔가 계속 앉아있는거임.
막상 가려고 하니까 얘 몰골 말이 아닌게 눈에 들어왔음.
에휴.
그래도 일 년 넘게 형님 형 하면서 쫓아다녔던 앤데 불쌍하기도 하고 여지도 좀
남겨야겠다 생각이 들어서 지갑에서 오만원짜리 한 장 꺼내서 걔 앞에 내려놓음.
"씻고댕겨라 좀. 목욕탕 갈 돈도 없냐?"
"형님 괜찮습니다."
"너 이거까지 먹고 날라버리면 진짜 사람새끼 아닌거 알지?
니가 사람새끼건 말건, 나하곤 상관없어도 니 양심한테는 부끄럽지 말아라."
그리고 며칠이 지난 어제 오후 4시, 뭔 입금문자가 들어와서 보니까 253만원 찍혀있었음.
근데 입금자명이 여자 이름이길래 뭐지 싶어서 걔한테 카톡 보냈더니
엄마가 대신 보내줬다길래 에라이 새끼야 ㅋㅋ 하고 중얼거리면서 'ㅇㅋ 알았다 수고'
하고 카톡말고 문자로 xx년 xx월 xx일 얼마얼마 변제 했음 이라고 보내라고 함.
문자 오자마자 나도 xx년 xx월 xx일 로 시작하는 문자에 빌린사람들 이름 쭉 적어서
위 사람들 채무 변제 받음 대표자 노동자 하고 답문자 보냄. 확실히 해야지 이런건.
암튼 일하고 있는 사람들한테 전화 돌려서 다 계좌번호 받아내서 돈 다 입금시키고
이모꺼 마지막 입금시키고 내 돈 150 무사히 돌려받음. ㅋㅋ
근데 또 입금문자 옴. 뭐지? 보니까 이모가 나한테 20만원 보냄.
-누나 이거 뭐임?
-용돈. 고생했다.
-이런거 받을라 그런거 아닌데 괜찮다 난.
-니 똑똑하게 말 잘하대. 치킨 사먹어라.
-그럼 주는건 받습니다? ㅋㅋ
꽁돈 20+150. 생각지도 않은 170만원이 생김.
ㅋㅋㅋㅋ
뭐 나야 그놈이 엄마한테 뭘 어떻게 말해서 돈을 했는지는 몰라도,
만약 거기서 내가 화내고 윽박지르고 감정에 기댔으면 얘는 어떻게든 돈
안보냈을거라는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뿌듯함이 들었음.
존시나 똑똑함 나☆
내가 이모한테 자꾸 옛날 일 들먹이면서 이야기하는거 하지말라고 말 자른것도
그런거였음. 사람이란게 말을 하다보면 그런쪽으로 생각이 기울게 되어있는데
옛날 일을 들먹이면 자꾸 사적인 감정이 떠오르고 그러면 판단이 흐려지니까
그래서 최대한 그런 말 하지 말라고 말렸던 거였음.
아무튼 어제 그래서 사람들한테 고맙다는 문자 받고 나는 집에와서 진짜 미친인간처럼
4만8천원짜리 보족세트 시원하게 질렀음.
속이 아주 그냥 개비스콘 한 드럼 먹은거마냥 싹 내려가는데 쏘맥한잔 원샷에
털어넣으니까 그거만큼 맛난 음식이 세상에 또 없더라 싶음.
나중에 뭔 개소리를 할까 싶어서 카톡차단은 안해놨음.
그래도 난 당당한게, 나도 빚 많았고 지금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개인한테 빌린 돈은
나 월급받고 투잡뛰어서 월말마다 빚잔치 하면서 다 갚았었음.
여기 백만원 저기 오십만원 여기 삼십만원 맨날 이런식으로 갚아나가다 보니까
어떤 사람들은 남은돈 우수리 뗀 셈 치고 탕감도 해주고 제일 크게 돈 빌린 어머니(친엄마 아님)는
젊은놈이 고생한다면서 이자 안받을테니까 그걸로 저축해라 하고 이자 다 까줬음.
내가 이 어머니한테는 진짜 빽 하나 해드려야됨. 진심으로.
그리고 그 돈 빌린 사람들하고는 지금도 잘 지냄.
가끔 만날때 "야 일산 이상민 왔냐" 하는건 좀 빡치지만 ㅋㅋ
아무튼 나도 지금은 은행빚만 한 300 남았는데 이거 다 털면 그때부터 행복라이프임.
월세는 어쩔 수 없는거니까 그건 그렇다 치고, 공공기관에 걸린거 거의 다 청산해가지고
서류상으로는 나도 이제 일반인에 가까움 ㅋㅋ
아무튼 속이 하도 시원해서 한번 써봤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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