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년_1인분의 몫 >

아버지는 2000년에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아버지 돌아가시는 것을 보지 못했어요.

장례 치르는 것도, 장지에 가는 것도 아무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형님들하고 남은 가족들이 내가 할 1인분의 몫을 떠안아 주었죠.

그때 저에게는 그런 사정이 있었습니다.

어느집이나 그런 사정이 있어요.

그런 캐릭터들이 있고

그런 사연이 있습니다.

할머니보다 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셔서

(그 아래 더 많은 사연들이 있어서)

어떤 선택의 여지없이 아버지는 선산으로 가셨습니다.

23년이 지나

그제 이장을 했습니다.

비가 온다 했는데 다행스럽게 오전내내 맑아

개장하는 작업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화장하러 가는 길에 본 벚꽃은 

어느해 본것보다 더 풍성하고 아름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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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을 하고

시간이 맞지않아 하루를 집에서 보냈습니다.

형님이 아주 좋은 곳을 찾아 

아버지는 23년만에 이사를 가셨어요.

비가 오는 날인데도

맑은날보다 더 날이 좋은 것 같았습니다.

어머니도, 큰형도, 식구들 모두 좋아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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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일이 사진처럼 떠오릅니다.

아버지와 그리 좋지 못한 나날들은 

이미 다 기억속에서 바스라져 거의 남아있지 않고 

지금은 안타까움과 미안함이 훨씬 많아요.

어찌되었던 저는 아버지에게 1인분의 몫을 

못해드렸고 2000년 이후 그 기회는 영원히 사라져 버렸으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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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가끔,

저는

80년대 어느즈음으로 날아가

아버지의 노란 포니픽업에 몸을 싣고 

석양이 질 무렵의 5층짜리 아파트 단지를 

뽈뽈거리며 느릿하게 달리곤 합니다.

https://brunch.co.kr/@perytail/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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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십몇년만에 꿈에 아버지가 나오셨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