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현재 수신료 아프리카 수준"…시청자 마음 돌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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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5&oid=008&aid=0004579900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KBS, 28일 공청회 열고 '수신료 현실화' 정당성 강조
5월 22일~23일 공론화 숙의 토론 진행]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양승동 한국방송공사 사장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한국방송공사, 한국교육방송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40년 만에 수신료 인상을 추진 중인 KBS가 28일 공청회를 열고 수신료 인상 관철을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했다.
임병걸 KBS 부사장은 이날 KBS 아트홀에서 진행한 온라인 공청회에서 "사회적 합의와 다양하고 충실한 사회적 소통의 결과물로 수신료 조정안을 도출하고 다음달 22~23일 숙의민주주의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최종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KBS는 지난 달 미디어 전문가 5명이 참여하는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했으며 다음달 온라인 숙의토론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KBS 수신료, 아프리카 수준…재정악화 대처 역부족"
국가별 수신료 징수 수준. /사진=KBS
KBS는 지난 1월 27일 정기 이사회를 열고 수신료를 월 2500원에서 월 3840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상정했다. 임 부사장은 "대한민국 미디어 생태계의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며 "지상파 중심의 시대를 지나 수많은 종편과 PP채널들이 등장하고, 거대 자본을 앞세운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상업매체들의 시장 지배 속에 놓여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국가기간방송이자 공영방송인 KBS마저 이들과 상업적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40년째 동결된 수신료는 영국의 8분의1 수준이고, 아프리카 국가들의 수신료와 비슷한 금액"이라며 "KBS의 총 재원과 방송제작비 규모는 10년 전 수준으로 축소됐다. 20여년간 인력을 약 2000명 감축하고, 최근에는 임금동결을 반복하면서 재정악화에 대처하고 있으나, 다양한 공적책무에 소요되는 재원을 충당하기에는 역부족이어서 상업적 경쟁에 매달려야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상황"이라며 수신료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KBS에 따르면, 2019년 지상파 광고비는 2011년보다 53.6%(1조2666억 원) 줄었고, 시장점유율은 25.7%에서 9.4%로 쪼그라 들었다. 같은 기간 종편과 유료방송의 광고비는 65.9% 증가해 지상파의 2배 규모로 광고 수입이 늘었다. 특히 온라인과 모바일 광고가 2011년보다 163.7% 증가해 2019년 전체 광고시장의 43.4%를 점유하는 등 레거시 미디어를 압도하고 있다. 광고수입이 급락하는 상황에서도 수신료 재원의 정체 속에 상업적 수입에 대한 의존도는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는 게 KBS측 설명이다.
"3840원 KBS에 내느니 넷플릭스에 1만원 내겠다"
하지만 여론은 녹록하지 않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KBS를 보지도 않는데 수신료를 왜 내야 하느냐는 식의 반발이 커지는 상황. 일각에선 "내가 원해서 넷플릭스에 매달 내는 1만원보다 커피 한잔 값도 안되는 KBS 수신료 내는 게 아깝다"는 말이 나온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심미선 순천향대 교수는 이에 대해 유튜브,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사업자에 맞서기 위해 공영방송을 회복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넷플릭스는 특정 나라에 진입할 때 이익 배분 구조를 9대 1로 한다.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이 무너지면 이보다 더 끔찍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방송이 오로지 재미와 돈을 목표로 삼는다면 2회만에 역사왜곡 논란으로 종영된 '조선구마사' 같은 사태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업방송도 필요하지만 이를 견제할 수 있는 공영방송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라면서 "공영방송이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재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정윤식 강원대 교수는 KBS 콘텐츠를 집밥으로 비유했다. 정 교수는 "우리가 외식을 많이 하게 되면 집밥을 멀리하게 된다"며 "넷플릭스는 1년 제작비가 20조원 정도인 반면, KBS 1년 제작비는 6000억원이 채 안되는 상황이다. 집밥을 제대로 차려낼 수 없는 상황에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절반이 재방송인데…시청자에겐 콘텐츠가 제일 중요"
KBS 채널별 재방송 편성 비율. KBS2TV의 경우 절반에 가까운 45.35%가 재방송으로 편성되고 있다. /사진=KBS
하지만 어찌 됐건 시청자들에게는 KBS에 '볼만한 콘텐츠'가 많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양홍석 변호사는 "KBS가 공영방송을 하든 말든 시청자들은 관심이 없다"며 "시청자에게는 콘텐츠가 중요하다. 1981년 콘텐츠를 독점하던 시기의 KBS의 역할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양 변호사는 KBS가 수신료 인상을 위해선 시청자들이 좀 더 납득할 수 있는 구체적 설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전에 1981년에 신문 구독료가 2500원이었던 것이 기준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왜 그동안 (KBS가) 수신료 인상을 못했는지를 생각해야 하는데 과거와 동일하게 (물가인상과 같은) 단순한 논리를 반복하는 것은 좀 실망스럽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돈이 없어서 공익성 확보에 실패했나. 그건 안이하고 편의적인 평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KBS를 안 봐도 다른 매체로 충분히 만족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수신료 인상이 필요하다면 다른 방식의 설명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KBS는 내달 초 '시민참여단'을 구성해 22일~23일 공론화 숙의 토론을 진행한다. 한국리서치가 전국 성·연령·지역별 대표성을 가진 25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하고 있으며, 200명을 추려 시민참여단을 꾸릴 예정이다. 이날 양승동 KBS 사장은 "지금이야말로 급격한 미디어 환경 변화에 맞는 KBS의 역할과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미래의 공영방송 모델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라고 판단했다"면서 "어떤 의견이든 KBS가 제대로 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라는 격려와 채찍으로 여기고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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