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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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인문학

가야 게이치 지음

문예춘추사 / 2022년 12월 / 248쪽 / 16,800원



1장 밑천 없이 자산가 되는 법 (사회학)



누가 부자가 될까? :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사람은 혼자서 돈을 벌 수 없다. 우리가 하는 경제 활동은 사람 사이에 오고 가는 의사소통의 집합체이기 때문에 남들보다 빠르게 좋은 자리를 선점하려면 사회 구조를 잘 알아야 한다. 따라서 구체적인 성공 방법이 담긴 설명서를 활용하기 전에 먼저 사회 구조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사회학적 지식은 자산을 모으는 방법을 알려 주기 때문이다. 자산을 잘 불리는 사람일수록 학술적 지식은 물론 사회에 관한 어떤 ‘기본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돈에 관한 사회학적 지식이라 하면 우리는 막스 베버(1864~1920)의 주장이 쉽게 떠오른다. 그러면 먼저 막스의 주장을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자본주의의 근본적 모순에 숨은 비즈니스 기회: 막스의 저서 중 가장 유명한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은 대학 강의에서 활용하는 책이라 익숙한 사람도 꽤 있을 것이다.

막스 베버는 프로이센 시절 독일에서 활약한 사회학자로 자본주의 성립을 연구하여 훌륭한 성과를 올렸으며, 특히 자본주의의 발달 조건에 관한 연구로 유명하다. 간혹 자본주의를 배금주의(황금만능주의 또는 물질 만능주의라고도 함)와 착각하기도 하는데, 이는 돈을 버는 일에만 몰두한 사회일수록 자본주의가 발달하기 쉽다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버는 현실은 이와 정반대라고 주장했다.

베버는 금전욕이나 세속적 욕구에 관용적인 지역(가톨릭권 등)에서는 자본주의가 발달하지 않고, 대신 프로테스탄트(16세기 종교 개혁 이래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분파한 각종 기독교회에 귀속한 사람들)의 영향과 금욕주의 풍조가 강한 지역(네덜란드나 미국)일수록 자본주의가 훨씬 쉽게 발달한다고 보았다. 요컨대 자본주의가 발달하려면 ‘자본주의 정신’이라는 정신적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며, 이는 금욕적인 사회일수록 발현되기 쉽다는 의미다. 베버는 이외에도 자본주의 발달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개념으로 다음 두 가지를 언급했다. 하나는 종교 개혁의 발단인 마틴 루터의 ‘천직’이라는 개념이고, 나머지 하나는 종교 개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장 칼뱅의 ‘예정설’이다.

그는 과격한 프로테스탄트일수록 자신의 직업은 신이 주신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돈 자체에는 욕심 없이 일만 열심히 해서 사업에 성공하여 부자가 된다고 했다. 특히, 금욕적일수록 번 돈을 허투루 쓰지 않고 일에만 매진하여 더욱더 부유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칼뱅은 종교 개혁의 중심인물이었지만 일반 시민에게도 금욕적인 생활을 강요하거나 반대파를 잡아들여 화형을 하는 등, 꽤 비관용적이고 과격한 인물이었다. 베버는 이러한 극단적인 금욕주의가 오히려 자본주의의 발달을 도왔다고 강력히 주장했다(오늘날에는 이 주장과 다른 의견도 있다).

미국의 엘리트는 금욕적인 일 중독자: 오늘날의 미국은 마치 인종 전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어 금욕적인 이미지라고 여기기에는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도 있을 듯하다. 하지만 미국은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힘든 금주법(1919년에 미국에서 수정 헌법 제18조가 통과되면서 전국적으로 시행된 주류 단속법)을 시행한 나라다. 현재도 알코올을 마약 이상으로 다소 엄격하게 보는 사회다. 이러한 경향은 엘리트층일수록 뚜렷하며 미국은 그야말로 일 중독자들의 천국이다. 미국인과 일해 본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아침 6시나 7시에 미팅을 잡는다. 이것만 보아도 미국인들의 금욕 정신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사명감 있는 사람일수록 상당한 자산가가 된다: 베버의 주장은 사회 전체뿐 아니라 개인의 행동에도 적용해 볼 수 있다. 보통의 부자가 되는 것은 단순히 금전적 욕구만 있어도 가능하지만, 훨씬 많은 돈을 벌고 싶다면 오히려 금욕적으로 행동해야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거액 자산가들 중에는 본인은 물론 타인에게도 본인만큼의 금욕적 잣대를 적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모두 금전 욕구 외에 남다른 사명감을 지닌 경우라 하겠다.

‘구로네코야마토’로 유명한 야마토 운수의 고(故) 오구라 마사오 회장은 강인한 신념으로 사업을 확대하여 자산가가 된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가 아버지에게 야마토 운수를 물려받을 때만 해도 회사는 아직 작은 운수 회사였다. 그 당시 운수업계는 기업 위주의 거액 운송 서비스가 중심이었고, 아직 가정용 택배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던 시기였다. 그는 이를 기회로 보고 택배 사업을 결심했지만, 회사 내에서는 이 사업을 반대하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그는 사내의 반발 의견을 잠재우고 택배 사업을 밀어붙였는데, 이때 그의 추진 원동력은 성공하여 큰돈을 벌겠다는 금전욕이 아니라 사명감이었다. 물론 택배 사업을 성공시켜 막대한 이윤을 얻겠다는 계산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택배 서비스를 받지 못해 곤란한 사람들을 먼저 생각했고, 이들은 물론 직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면 반대했던 사람들도 이해해 줄 거라는 신념이 작동한 것이다. 이후 그는 우편 사업까지 진출했고 이때 정부와 심하게 대립했지만, 본인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비즈니스 마인드보다 강한 사명감이 그를 움직였기 때문이다.



2장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돈 버는 법 (경제학)



회사원보다 자본가가 훨씬 유리한 이유 : 삼면 등가의 원칙


같은 모델을 다른 각도로 보기: Y(GDP)=C(개인 소비)+G(정부 지출)+I(투자)는 국민 소득 계정을 가장 단순하게 모델화한 수식이다. 여기서 먼저 개인 소비는 개인이 물품을 사서 쓴 금액을 말하며, 정부 지출은 정부가 지출한 것, 그리고 투자는 공장의 기계나 건물 등에 대한 지출을 말한다. 결국 이 항등식은 그 나라에서 국민이나 정부가 일 년간 사용한 금액의 총액을 보여 주는 것으로 GDP의 ‘지출면’에서 본 수식이다.

그런데 이 등식을 다른 측면으로 생각해 보면, 돈을 쓴 사람이 있으니 그 돈을 받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를 GDP의 ‘분배면’이라고 한다. 게다가 돈이 오가는 전제로 물건을 판매했으므로 사용한 금액과 같은 금액의 ‘생산’이 발생한다. 따라서 GDP에서 ‘지출’, ‘분배’, ‘생산’ 금액은 모두 일치하게 되는데 바로 이것이 경제학 교과서에 등장하는 ‘GDP 삼면 등가’의 원칙이다. 같은 GDP라도 사용하는 쪽의 관점과 받는 쪽의 관점은 상당히 다르므로 하나의 상황을 다르게 분석할 수 있다. 보통은 지출면만 주목하는 경향이 있어 ‘소비가 몇 퍼센트 증가’했다고 분석하기 쉽지만, 반대로 분배면을 주목하면 정확하게 ‘수익’ 구조를 이해할 수 있다.

경제학을 알면 자산 1억 엔의 중요성이 보인다: 지출면과 마찬가지로 분배면을 항등식으로 나타내면 Y=L+K가 되는데, 이때 L은 노동에 대한 보수, 즉 우리가 받는 임금(월급)을 말하며 상품을 사기 위해 누군가 지출한 돈이 최종적으로 누군가의 급료 형태로 바뀌었다는 뜻이다. 또 다른 항목인 K는 자본에 대한 보수로 투자 자금에 대한 이자나 배당 등을 말한다. 이 GDP 모델은 기업이 번 돈을 임금 형태로 노동자에게 분배함과 동시에 이자나 배당 같은 형태로 자본가에게 환원하는 것이 바로 경제라는 사실을 알려 준다. 요컨대 돈을 버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는 노동력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 방법이며, 다른 하나는 자본을 제공하고 이자나 배당을 받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실제 경제에서 돈은 어떻게 분배되고 있을까? 일본의 GDP가 약 500조 엔이라고 할 때, 이 중에서 노동자 보수로 나가는 금액은 약 250조 엔으로 전체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한편 자본에 대한 대가로 나가는 금액은 약 100조 엔이다. 나머지는 설비의 감가상각 등 고정 자산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경비로 쓰인다. 그리고 자본으로 제공되는 돈의 총액(국부)은 약 3,000조 엔이므로 대략 계산하면, 일본 전체로 보면 투자의 평균 이율은 3.3%(100조 엔÷3,000조 엔)라는 수치가 나온다.

일본에는 약 6,600만 명의 노동자가 있으므로 노동자 보수(250조 엔)를 노동 인구수로 나누면 일인당 연간 수입을 계산할 수 있다. 그러면 약 380만 엔이 나오는데 이는 실제로 일본인 노동자의 평균 연 수입에 가까운 수치다.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면, 급료를 받으며 일하는 한 1년간 평균 380만 엔밖에 벌 수 없는 구조란 뜻이다.

그러나 자본을 가지고 돈을 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본금으로 투자하면 평균 연 3.3%의 수익률이 나오므로, 만약 준비한 자금이 1억 엔인 사람은 연이율 3.3%, 즉 일하지 않고 연간 330만 엔 정도를 벌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경제학적으로 따져 보면, 1억 엔을 자본으로 투자할 경우, 연간 근로 소득에 가까운 금액을 불로 소득으로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직장을 그만두기로 결심한 이유는 경제학 지식 덕분: 프랑스 경제학자인 토마 피케티는 그의 저서 『21세기 자본』에서 부를 가진 자본가와 노동자의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노동자에 대한 보수와 자본에 대한 보수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에 대한 보수는 GDP 성장률이 증가하지 않으면 늘지 않는다. 즉, 경제 성장만이 노동자의 급료를 늘릴 방법인 셈이다.

한편 자본에 대한 이자나 배당은 항상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는데 이는 기업 측이 노동자의 급료 상승보다 이자나 배당을 우선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기업은 투자나 융자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어느 시대든 경제 성장률보다 자본 수익률이 높고 이로 인해 노동자와 자본가의 격차가 계속 벌어진다는 이론이 성립하는 것이다. 결국 노동자로 급료를 받는 것보다 자본가나 투자가로서 대가를 얻는 편이 부자가 되는 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한편 창업도 본인의 비즈니스에 투자하는 것이므로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아무튼 위험 요소는 많아도 주식 투자나 부동산 투자를 하는 편이 부자가 되는 지름길이라는 건 아주 당연한 결론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보다 더 유력한 방법은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 비로소 투자가나 실업가다운 행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학술적인 말로 바꿔 보면 기업가 정신이라 할 수 있겠다. 경제 활동은 인간의 행동을 집대성한 것이므로 마지막에는 정신적인 부분이 큰 영향을 끼치는 것도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나도 과거에는 회사원이었다. 독립한 뒤, 사업이나 투자에 발을 들이기까지 고민이 많았고 이것 말고 다른 좋은 방법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결국 실업가와 투자가가 되겠다고 결심한 결정적 이유는, 투자가나 실업가여야 상대적으로 불리하지 않다는 경제학적 지식을 얻은 덕분이었다. 즉, 경제학 지식이 나를 밀어주는 원동력으로 작용한 셈이다.



3장 돈에 관한 사고 판단력 배우기 (수학)



금융 공학을 활용해서 주가를 예상할 수 있을까? : 랜덤 워크 가설 - 110


수학적 감각과 돈의 관계를 말할 때 투자 이론ㆍ금융 이론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최근에는 금융 공학의 발달로 수학적ㆍ물리학적 방법을 활용한 투자 이론이 많이 등장했는데, 실제로 이러한 방법을 활용하고 있는 헤지 펀드에서는 이과계 출신자를 많이 채용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 공학을 공부했다고 꼭 투자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공학에서 배운 지식을 활용한다고 해서 남들보다 투자로 더 이익을 보는 일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투자가인 조지 소로스와 워런 버핏은 철학적 식견이 상당한 사람들로 알려져 있는데, 특히 소로스는 원래 철학자가 꿈이었다고 한다. 둘 다 금융 공학에도 상당한 지식이 있는 만큼, 이들의 투자 활동은 금융 공학과 관계가 없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금융 공학적 지식을 반면교사로 활용하면 훨씬 좋은 성과를 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투자 이론을 간단히 분류하면?: 세상에는 금융 공학을 활용해 투자하는 사람, 또는 본인의 경험을 활용하는 사람, 그리고 남다른 경지에 있는 대단한 투자가 등 다양한 타입의 투자가가 있다. 유형이 다양한 만큼 투자 이론을 간단히 분류할 수 없지만, 크게 다음과 같이 두 가지 대립축으로 정리할 수 있다.

① 주가의 움직임에 법칙성이 있는가?

② 시장의 효율성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투자 이론의 최대 쟁점은 ①에서 제기한 것처럼, 주가의 움직임에 법칙성이 있는지 그리고 법칙성이 있다면 주가는 예측할 수 있는지에 관한 문제가 될 것이다. 투자 이론 중에는 기술적 분석이 있는데, 이 분석법은 주가에 법칙성이 있다고 보고 과거의 주가 동향을 토대로 미래 동향을 예측하는 방법을 말한다. 주식 관련 서적이나 투자 사이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가 차트를 활용한 분석이 전형적인 기술적 분석이다. 특히, 과거 주가의 시세 변동을 토대로 미래 주가를 예측할 수 있다고 본다.

한편 이와는 정반대 방법으로 기본적 분석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분석 방법은 주식 투자 분야에서 기술적 분석과 비슷하게 많이 사용되지만, 기본적으로 주가의 세세한 움직임을 예측할 수 없다고 보는 쪽이다. 따라서 기본적 분석은 원칙적으로 기업의 실적을 예상하고 여기에서 산출한 이론적인 주가를 제시하기만 한다. 한편으로 이른바 큰손으로 불리는 특정 세력이 시장을 조정한다고 생각하는 투자가도 있는데, 이러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은 대개 시장이 인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넓은 의미로 이 또한 주가에 법칙성이 없다고 보는 관점에 가깝다.

이들 중에서 주가는 예측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 것은 금융 공학이다. 금융 공학의 핵심 이론 중에 랜덤 워크 가설이 있는데, 이 가설은 주가의 움직임은 기본적으로 무작위(랜덤)이며 사전에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주가의 움직임을 단기적으로 살펴보면 물리학 분야에서 볼 수 있는 분자의 움직임(브라운 운동; 액체 혹은 기체 안에 떠서 움직이는 작은 입자의 불규칙한 운동)과 매우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데 이러한 무작위성을 주가 분석에 응용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주가의 움직임이 무작위라는 의미는 다음에 올 주가가 바로 이전의 주가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을 말한다. 이는 과거 주가의 움직임으로 미래 주가를 예측할 수 없다는 뜻이 된다. 따라서 이 이론은 주가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다고 보는 기술적 분석 이론과는 전혀 다른 시각이라 볼 수 있다.

이어서 투자 이론의 두 번째 쟁점은 ② 시장의 효율성에 관한 것이다. 요컨대 시장은 완벽하므로 불완전한 부분이 없다고 보는 시각과 이와는 반대로 결함이 있다고 보는 시각 사이의 논쟁이라고 할 수 있다. 랜덤 워크 가설과 함께 금융 공학의 기초 이론 중에는 효율적 시장 가설이 있다. 이 가설은 경제학자 유진 파마가 주창한 이론으로, 기본적으로 ‘시장의 가격은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반영하여 형성된다’고 보는 이론이다.

이 가설에서는 만약 시장이 효율적이라면 주가는 과거의 주가나 재무 정보 같은 모든 정보를 즉각 반영하여 형성될 것이기에 과거의 주가는 미래 주가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본다. 이에 현재의 재무 상황과 이를 토대로 한 미래 전망에는 합리적인 기대가 형성되고, 따라서 저가주가 방치될 가능성이 거의 없으며, 재무 정보를 찾아보는 일도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렇게 되면 효율적 시장 가설을 믿는 투자자에게 기술적 분석과 기본적 분석은 큰 의미가 없으며 인덱스 펀드(특정 지수와 같은 수익률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펀드) 외에는 적절한 투자 방법은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주식 투자는 대어를 노리는 것: 앞서 이야기했듯이 기술적 분석은 주가에 법칙성이 있다고 보지만, 기본적 분석은 주가에 법칙성이 없어 시장이 비효율적이고 빈틈이 생기기 쉬워 돈을 벌 기회가 널려 있다고 본다. 따라서 시장이 형성될 때마다 문제가 발생하고, 시장의 문제점을 수정하는 사이에 생긴 빈틈을 노린다면 남들보다 먼저 돈을 벌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워런 버핏이나 조지 소로스 등의 유명한 투자가의 경우, 대개 이 방법을 사용한다. 소로스의 경우 과거 영국 파운드화의 가치가 하락할 것을 예상하고 파운드화를 대규모로 공매도함으로써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주가의 움직임을 학술적으로 검증하면 단기적으로는 대개 랜덤 워크 형태를 하고 있다. 그래서 금융 공학에서 제시한 이론은 언뜻 보면 정확한 듯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남들보다 돈을 많이 벌 기회는 랜덤 워크가 아닌 다른 형태에 숨어 있다. 안정적으로 이익을 얻고 싶다면, 금융 공학 이론에 맞춰 과한 투자는 하지 않되, 그중에서도 닛케이 평균 등 인덱스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 얻는 이익은 평균 수준에 불과해 큰돈을 벌기에는 무리가 있다.

일부러 리스크를 감수하고 주식에 투자했지만 중박만 터뜨리는 상황이라면 그만큼 아쉬운 일도 없을 것이다. 리스크를 감수하고 큰 이익을 얻을 가능성을 선택했다는 것은 나름 합리적인 선택이기는 하다. 실제로 나도 이 방법으로 수익을 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투자 방식은 항상 리스크를 동반한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4장 돈 버는 뇌로 바꾸기 (정보 공학)



다수의 말은 의외로 정답이다 : 집단 지성 이론


요즘은 IT(정보 기술)를 활용한 비즈니스를 많이 볼 수 있는 시대다. IT에 관심이 많지 않아도 이 분야에 어느 정도 지식이 있으면 자산을 모으기 쉽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단순히 컴퓨터나 태블릿 등의 IT 기기를 잘 다루고 프로그래밍 지식이 있다고 해서 부자가 될 수는 없다. 물론 이 능력도 중요하지만, 이는 실무적 기술에 불과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보다는 IT에 관한 지식을 익히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 지식을 익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IT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능력은 문과든 이과든 전혀 상관없다.

기사보다 먼저 사실을 알 수 있었던 이유: IT에 관한 지식 중, 집단 지성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를 알기 쉽게 말하면 ‘다수의 말은 의외로 옳다’라고 정리할 수 있다. 그만큼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는 모든 상황에 들어맞는 이야기는 아니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이 하는 말이 맞으려면 반드시 어떤 조건이 성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조건은 바로 의견의 다양성과 독립성이 보장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다수의 의견이라도 정보원이 한군데라든가, 같은 조직 또는 동조 압력으로 인해 만들어진 의견이라면 신빙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다양한 입장의 사람들이 독자적인 정보를 가지고 생각한 의견을 다수결로 모으면 놀랍게도 상당히 괜찮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집단 지성의 원리다.

이 사고방식은 종종 학술적으로 뛰어난 연구자를 발견하는 방법으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어떤 연구자가 발표한 학술 논문의 인용 횟수가 많으면 그 연구자는 훌륭한 연구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간주한다. 학자들은 기본적으로 본인의 지식이나 가치관을 근거로 독자적인 판단을 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논문 분야에서 집단 지성이 쉽게 성립되는 것이다.

한편 주식 시장에서도 같은 원리를 찾아볼 수 있다. 1986년에 우주 왕복선 ‘챌린저호’ 사고가 발생했는데, 이때 주식 시장의 시장 관계자가 집단 지성을 활용하여 정식 보고서가 나오기도 전에 사고 원인을 추측했던 일이 있었다. 당시 사고 직후 원인을 파악할 수 없던 단계에서 가스 누출이 발생한 링을 제조한 회사의 주식만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후, 보도를 통해 링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을 때는 이미 주식이 폭락한 다음이었다. 미국 주식 시장은 국제화된 만큼 불특정 다수의 참가자가 독자적인 정보원을 토대로 거래하는 경향이 강해 의견의 다양성과 독립성이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집단 지성이 왜 IT 지식과 관련이 있다는 걸까? 그 이유는 바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검색 엔진이야말로 이 사고방식을 토대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검색 엔진에서 어떤 키워드를 검색하면, 그 키워드와 관련된 사이트가 나온다. 이때 사이트 표시 순서를 결정하는 알고리즘은 이 집단 지성 사고방식을 응용한 것이다. 특히 많은 사람들로부터 링크를 모은 검색 엔진 사이트일수록 올바른 정보가 기재될 가능성이 크다는 가설을 바탕으로 상호 링크 수가 많은 사이트의 표시 순위가 위로 올라가는 구조로 되어 있다. 물론 이것만으로 우선순위를 정하지는 않지만, 이 집단 지성 원리가 검색 결과에 반영되어 순위가 결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검색 엔진에서 표시되는 사이트 순위는 사람들이 생각한 키워드의 이미지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때 순위 결과는 모든 사람의 생각이 반영되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는 케인스가 주장한 ‘미인 투표론’과 비슷하다. 그는 주식 투자를 미인 투표의 원리로 설명했다. 이는 투표에서 이기려면 본인이 미인이라고 생각한 사람에게 투표하지 말고, 다른 사람이 투표할 만한 인물에게 걸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주식도 본인이 올라가리라 예상한 종목 대신, 다른 사람이 그렇게 예상한 종목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검색 엔진 결과도 대다수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검색 결과 상위에 있는 것이다. 이때 그 정보의 중요도는 사실 순위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만약 그것이 정말 중요한 정보인지 확인하려면 키워드를 바꿔서 검색하거나. 검색 조건을 몇 번 변경해 보는 것이 좋다. 조건을 바꿔 입력해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그 이야기는 거의 맞는다고 보면 된다.

다시 말해 키워드 설정이나 조합을 여러 방법으로 시도해 보면 보통 검색으로는 발견되지 않는 정보를 발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인터넷에서 비즈니스나 부자에 관한 자료를 찾을 때, 단순 검색으로 끝내지 말고 조건이나 키워드를 바꿔서(비슷한 단어로 바꿔 보는 등) 몇 번 더 검색할 것을 추천한다. 나 또한 이 방법으로 다른 사람보다 빨리 유익한 정보를 얻었던 적이 있어 그 효과를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이 방법을 꼭 사용해 보길 바란다.

진실이 날조될 수 있다: 만약 인터넷상의 ‘진실’이 다수 의견으로 정해진다면,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정보가 참인지는 그 정보를 올린 개개인의 역량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조금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얼마 전, 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 일본어 공간에 유익한 정보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일본어로는 비슷한 정보만 나오고 내가 원하는 정보는 보이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영어로 키워드를 입력했다. 그러자 훨씬 쉽게 필요한 정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언어는 문화적 배경이 있어서 영어권과 일본어권에서 자주 보이는 정보의 종류는 당연히 차이가 난다. 이에 나는 소프트웨어 분야처럼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주제어를 검색해 보기로 했다. 이 역시 일본어로는 좋은 정보를 찾을 수 없었고 대신 영어로 입력하면 원하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경우가 꽤 많았다. 앞서 설명했듯이 올바른 집단 지성이 성립하려면, 주변 영향을 많이 받지 않은 정보를 개인적으로 올리는 사람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를 들어 트위터상에서 리트윗된 정보처럼, 인터넷에 참여한 사람이 독자적인 정보를 올리지 못하고 누군가 이미 공개한 정보를 복사하기만 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인터넷에는 같은 정보만 흘러넘치게 되어 정보의 다양성과 독립성이 없어질 것이다. 심지어 복사한 정보가 옳지 않다면 인터넷 공간에는 거짓 정보만 돌아다니는 꼴이 된다.

현재 일본어 공간이 이러한 상황인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집단 지성이 전제인 인터넷 공간에서는 정보의 출처자인 인터넷 참여자의 의식이 낮으면 이렇게 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이는 예전부터 우려했던 부분이다. 인터넷이 완전히 사회의 인프라로 정착된 지금, 이 문제는 매우 중요해졌다. 인터넷이 편리한 건 맞지만, 그곳의 언어 공간은 참여자들의 지적 능력에 좌우되는 불안정한 곳이기도 하다.



5장 사람을 얻고 돈을 버는 구조 (철학)



자존감이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 중 부자는 누구? : 실존주의


구조주의는 1960년대에 발전한 개념으로 그 이전에는 장 폴 사르트르(1905~1980)가 제창한 실존주의 사상이 한 세대를 풍미했었다. 사르트르와 레비스트로스의 논쟁으로 사르트르가 패배하자 구조주의가 유행하게 되었지만, 그전에는 사르트르의 주장이 주류였다.

구조주의를 주장하는 레비스트로스는 이 세상은 정신과 물질보다는 상호 관계성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다. 또한 예를 들어 고양이는 객관적인 존재가 아니고 개 또는 사람과 상대적으로 차이가 있는 어떤 것이 마침 고양이로 정의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즉 고양이 자체를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고양이와 그 밖의 다른 동물과의 관계성에 의미를 두는 것이다. 나아가 그는 미개하고 야만적인 소수 민족에게도 독자적인 사회 구조가 있다는 것을 검증했다.

사르트르는 ‘자존감이 높은 사람’: 실존주의는 사물의 본질 이전에 실존이 있다고 생각한다. 실존이란 지금 현실에 내가 존재하는 것을 뜻하며, 이는 넓은 의미로 구체적인 행동을 말한다. 사르트르와 계약 결혼 관계였던 작가 시몬 드 보부아르(1908~1986)는 실존주의적 관점에서 여성을 다시 정의했는데, 특히 ‘사람은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로 만들어진다.’라고 표현했다. 즉, 인간의 주체적인 의식과 행동이 모든 것을 결정하므로 원래부터 존재하는 가치관은 없다고 보았다.

또한 실존주의에서는 지성 있는 사람이 올바르게 결정하고 행동하는 일은 지극히 당연하며 이러한 올바른 결단이나 행동이 사물의 본질을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진실은 달라지므로 인간의 지성을 믿는 일을 제일 중요하게 여겼다. 이런 의미에서 사르트르는 ‘지식인이라면 적극적으로 사회 문제에 관여해야 하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혜를 짜내야 한다.’(이를 앙가주망(태도를 명확히 함으로써 자기를 규제하는 일)이라 한다)라며 스스로 시위에 앞장서기도 했다.

이는 달리 말하면, 인간의 본질보다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긍정적인 자세가 중요하며, 특히 인간의 지성을 믿고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는 인간의 정신이 모든 일을 결정한다는 의미에서 관념론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정신은 인간의 행동 그 자체이며 이것이 결과를 가져온다고 보았다. 결국, 역사는 인간의 행동이 만든 산물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이는 인간이 주체적으로 올바른 정신을 만들 수 있다면 올바른 역사 또한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사르트르가 지식인의 주체적인 정치 참여를 촉구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그의 이러한 사상은 이상주의적이고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만약 모든 일이 인간의 의식이나 행동으로 결정된다면 자칫 생각지도 못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레비스트로스는 구조주의 입장에서 사르트르를 비판했으며, 그가 사르트르와의 논쟁에서 이긴 이후 시대의 흐름은 구조주의로 흘러가게 되었다. 그러나 인간의 주체적인 의사를 중요시하는 가치관은 형태를 바꿔 가며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바로 이러한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는 유형이 앞서 언급한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주력 상품이 잘 팔리지 않는 이유: 실존주의적 사고와 구조주의적 사고가 대립하는 모습은 비즈니스 현장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가 막혀 있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이때 구조주의적 사고 회로를 가진 사람은 그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이 어떻게 되는지 메커니즘부터 살펴볼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구조를 이해한다고 해서 반드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양한 각도로 시장을 분석해도 상품이 팔리지 않는 명확한 이유를 끝내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경영자의 현명한 판단과 실행으로 상황이 갑자기 좋아지기도 한다.

영업 분야에서는 흔히 ‘내가 판매하는 상품의 장점은 나부터 믿어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말만 할 것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상품의 장점을 찾아보는 것이다. 이렇게 적극적인 방법으로 바꿔 보면 막혀 있던 일도 술술 풀릴 것이다.

카리스마 경영자로 유명한 일본 전산의 나가모리 시게노부 사장은 M&A 분야에서 남들보다 월등한 능력을 자랑한다. 그가 공장을 매수할 때 가장 먼저 지시하는 것은 정리 정돈과 청소라고 한다. 청소와 공장의 이익은 아무 관련 없어 보이지만, 청소를 깨끗이 하면 신기하게도 성과가 올라가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 또한 일종의 실존주의 사고방식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조직 내의 직책과 인재 관계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 자리에 딱 맞는 인재를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인재는 의외로 아주 가까운 곳에 있을 수 있다. 사람은 의외로 어떤 직책을 맡으면 그 자리에 맞는 인물로 변신하므로 누구나 그 자리에 앉을 수 있다. 밝고 긍정적인 생각이 사람의 정신을 만든다는 개념 또한 실존주의적 사고방식 중 하나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의 주체적인 사고를 우선하다 보면 때로는 실패하기도 한다. 특히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주체적인 방법을 시도해도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 이는 조직 내의 직책 문제도 마찬가지다. 애초에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중요한 임무를 맡겼으니 프로젝트가 실패한 것이다.

비록 능력은 고만고만해도 누구나 비즈니스를 쉽게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사람의 개인적인 능력에 의존하지 않는 조직을 구축하는 편이 훨씬 낫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좋은 실적을 올린 기업일수록 이러한 형태가 많으며, 이런 기업일수록 누가 언제 그만둬도 업무에 전혀 문제가 없다.

즉, 비즈니스 모델이 하나의 ‘구조’로 정착되어 있고 이것이 잘 되어 있는 기업이 성공한다. 간혹 회사 내에서 본인이 맡은 업무가 걸려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가 근무하는 곳이 대기업이라면 이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대기업은 비즈니스 모델이 구조화되어 있어 직원이 바뀌어도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요컨대 잘나가는 대기업일수록 직원 개개인의 능력에 의존하지 않는다. 


** 요약, 정리해서 작성하였으며 저작권은 저자,출판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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