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결혼생활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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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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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초 남편의 첫 외박이 있었다
술을 그다지 즐기는 편이 아닌 사람이라
한달에 한 두번 정도의 술자리
그다지 신경쓴 적 없는데
어느날 아침 눈을 떴는데 침실에 없어서
이상한 느낌에 거실로 나와보니 전혀 귀가한 흔적이 없는 것이다
너무 놀라서 전화해도 안받고
네이버로 남편 회사 검색해서 전화해도 안받고
(당연히 시간이 아침 6시 반...)
그때 든 생각은
이런 적 한번도 없었는데 무슨일 생긴거 아니야?
온갖 안좋은 상상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데
애써 털어버리고 그때 다짐했다
살아만 있으면 용서하겠다고. 제발 무슨일 있는거 아니고
그냥 술취해서 안들어온 것이기를.
그리고 부랴부랴 평소처럼 출근 준비하고 아이 등원 시키고
회사에 도착해서 엘베 타려는 8시 반에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몹시 까칠한 목소리로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같이 마신 동료가 회사 근처 비지니스 호텔에 데려다주었다고.
......?
나는 의문이 들었다
왜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가?
제일 먼저 미안해 라는 말로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일단 알겠다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자마자 화가 치밀어올랐다
하지만 아침의 다짐을 떠올렸다
살아만 있으면 용서하기로 다짐했으니까.
일단 진정하고 회사업무를 보고 퇴근해서 집에 돌아가니
남편이 현관문에서 반긴다. 보글보글 김치찌개 냄새와 함께.
저녁 밥상을 차려놓고 기다리고 있더라.
그리고 자기가 해명을 하겠다면서 말을 시작한다
회사동료 2명과 함께 술을 마시고 2차로 노래방에 갔는데
본인이 너무 취해서 몸을 가누지 못하자 동료 1명이
호텔에 데려다주고 집에 가버렸다고.
......?
아침에 전화로 잠깐 들은 상황을 좀 더 디테일하게 푼거 말고
뭐가 해명이 된다는건지 모르겠지만
조용히 밥을 먹으며 여전히 다른 의문점이 남는다
왜 미안하다고 하지 않는가?
제일 먼저 미안하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물어봤다 왜 미안하다고 하지 않으시나요?
그러자 남편은 큰소리로 미안해할 만할 일은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본인은 떳떳하다고.
......??
우리가 서로 미안함에 대한 기준이 다른가본데
내가 아침에 놀라고 당황하고 걱정했으리라는 마음은
안들던가요?
걱정하게 만든 부분에 대해서 미안하지 않으시나요?
그다음 남편의 대답이 잘 기억나지 않는데
어쨌든 나는 끝까지 왜 미안하다고 안하지? 라는 생각을 하며
묵묵히 밥을 먹었던 거 같다.
그게 남편의 첫 외박이었다.
그리고 다음날부터는 평소와 똑같았다.
나는 더이상 화가 나지도 않았다.
얼마후 친하게 지내는 여자동료들끼리 티타임하다가
지나가듯 남편이 외박해서 정말 놀랐었다고 말했는데
어린 20대 여직원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라고 묻는다
어떡하긴 뭘 어떡해? 다음부터 그러지 말라고 했지.
그러자 그 여직원은 펄쩍 뛰며 확인 안해봤냐고
자기같으면 차 블박부터 다 확인하고
진짜 동료들하고 노래방을 갔는지 호텔을 혼자 갔는지
영수증이며 씨씨티비며 다 확인하고 난리치기 전에는
열받아서 잠을 못잘거라고 한다.
그래서 나는 차를 호로록 마시며 대답했다.
그래서 만약에 바람이면? 이혼할 것도 아닌데.
나는 남편의 행동이 아닌 말을 믿기로 했어.
어차피 같이 살거면 진실은 모르는 게 낫지.
여직원은 어떻게 그럴수 있냐며 펄펄 뛰고
나이 지긋한 선배님은 웃으며 또 말한다.
"ㅇㅇ씨는 남편을 정말 사랑하네~ 금방 용서해주고~"
그렇다. 나는 회사 여직원들 사이에서
남편을 너무너무 사랑하는 사람으로 되어있다.
물론 비꼬는 말이다.
남편이 이러저러 했어요. 그걸 이해해 준다고? 네~
세상에~ ㅇㅇ씨는 남편을 정말 사랑하나 보네.
진짜 많이 들었다.
그런데 농담이 아니고 나는 남편을 정말 사랑한다.
언제나 남편의 출퇴근을 챙기고 식사를 걱정하고
진심어린 조언과 격려를 주고받고 스킨쉽도 잦다.
하지만 남편의 첫 외박 이후
나는 종종 의구심에 휩싸였다.
어째서 나는 더이상 화가 나지 않는가?
어째서 나는 그날의 진실을 알고 싶지 않은가?
남편을 너무 사랑하니까?
아니면 반대로 사랑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두번째 외박을 기다려보기로 했다.
결혼생활 5년만에 남편의 첫 일탈이었지만
원래 처음 한번이 어렵지 두번부턴 다 쉬운 법이니까.
그렇게 한달 정도 지나고
남편이 또 술약속이 있던 날. 이번엔 금요일이었다.
토요일 아침 6시 반에 깨서 거실로 나가자 남편이 없었다.
이번에는 다행히 놀라거나 화가 나지 않았고
덤덤히 생각했다. 아. 두번째다.
침실로 돌아가서 아기자는 옆에서 핸드폰하고 있는데
일곱시 반쯤 되자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얼른 폰 내려놓고 자는척 했다. 그리고 진짜로 잠들었다.
9시 넘어 느지막이 깨어 거실로 나가자 남편이 있었다.
약간 어색한 표정이길래 얼른 선수를 쳤다.
"미안해~ 어젯밤에 일찍 잠들어버려서 남편 들어오는 것도 못봤네.
몇시에 들어왔어~?"
남편이 뭐라 어물어물하는 걸 넘기고
콧노래를 부르며 아이밥 챙기고 집안일도 했다.
남편은 평소보다 좀 오바해서 잘해주긴 하더라.
그렇게 두번째 외박은 아내 모르게(라고 남편이 생각하도록)
조용히 잘 넘어갔다.
왜 모른척 했을까?
사실 나도 그날 내가 왜그랬는지 모른다.
그냥 현관문 열리는 소리 나는 순간 그렇게 생각했다.
아 화내야 할 텐데. 따져야 할 텐데.
매우 귀찮다.
그래서 그냥 모른척 했다. 그게 끝이었다.
싸우기 귀찮아서. 그게 이유인 것 같다.
여전히 나는 남편을 사랑했고 서로 잘해줬고 대화도 많이 했고
가끔씩 내 마음속의 의구심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혹시 3번째도 있을까? 하고 조용히 기다려봤다.
그리고 3번째는 외박이 아닌 좀 다른걸로 왔다.
(넘 길어져서......To bo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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